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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굿뉴스] 김신규 기자 = "죽음준비교육은 죽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오늘을 더 잘 살아가도록 하는 '삶을 위한 교육'입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노년과 죽음 준비를 연구하며 우리 사회의 웰다잉 문화 확산을 이끌어 온 유경 사회복지사(66).
유 복지사는 다수의 사람들이 막연히 두려워하는 죽음을 생각하고 기억하면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오늘을 가장 정성껏 살아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유 복지사는 방송국 아나운서라는 안정된 직장을 뒤로하고 노인복지 현장으로 뛰어든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현재는 국내 1세대 죽음준비교육 전문가로, 전국 교회와 복지기관을 찾아 노년과 생애 말기 돌봄, 죽음 준비의 중요성을 전하고 있다.
그가 노인복지와 웰다잉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3년부터 약 7년 간 CBS 아나운서로 근무하며 노인 대상 프로그램인 '할머니 할아버지 안녕하세요'를 진행하면서 노년의 삶과 깊이 마주한 영향이 컸다.
유 복지사는 "공개방송을 하면서 직접 만난 어르신들의 사랑이 은연중에 제 마음에 새겨졌고, 출연자로 만난 노인복지 전문가들이 '노인복지를 하면 참 잘할 것 같다'는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며 "그때부터 언젠가 인생의 전환점이 오면 노인복지 현장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결혼을 앞두고 방송을 떠난 그는 출산과 동시에 사회복지대학원에 진학해 사회복지사가 되었고, 이후 송파노인종합복지관 개관 멤버로 참여하며 본격적인 노인복지 현장에 뛰어들었다.
복지관에서 약 5년간 근무한 그는 과도한 업무와 연년생 두 아이 육아를 병행하면서 소진이 왔고, 당시 남편의 권유로 '프리랜서 사회복지사'라는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남편이 '프리랜서라는 길도 있다'며 아무런 직함도 없이 '사회복지사 유경'이라고 적힌 명함을 내밀던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최소한의 생활만 가능하다면 평생 한눈 팔지 않고 노인복지, 노인교육에 전념하고 싶다고 기도했습니다."
처음에는 강의 요청조차 없었다. 그는 영화와 책 속 노년 이야기를 찾아내 인터넷 신문에 연재를 시작했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교회 노인대학에서 강의를 해 나갔다.
유 복지사는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것은 교회 노인대학"이라며 "프로그램이 부족했던 교회 노인대학에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그곳에서 재능을 나누며 조금씩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이후 첫 저서 '꽃 진 저 나무 푸르기도 하여라'를 비롯해 '마흔에서 아흔까지' 등을 출간하며 노년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대학원 진학 당시부터 노년 준비와 노년 생활, 죽음 준비를 평생 연구 주제로 삼았다. 당시만 해도 죽음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금기와 다름없었다.
"처음에는 '재수 없게 왜 죽음을 입에 올리느냐'며 거부감을 보이는 분들이 많았고, 하늘 소망을 말하는 교회에서조차 죽음 이야기를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06년 서울시립노원노인종합복지관에서 '아름다운 생애 마감을 위한 senior 죽음준비학교'를 맡으면서 죽음준비교육은 전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는 반발도 있었지만 교육을 받은 어르신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고, 이후 전국 복지관으로 프로그램이 확산됐다"며 "죽음 준비는 죽는 방법을 연구하고 연습하는 게 아니라, 언제 어디서 어떻게 올지 모르는 죽음을 기억하며 오늘을 정성껏 살아가게 하는 삶을 위한 교육"이라고 말했다.
유 복지사는 죽음준비교육을 통해 만난 수많은 분들 가운데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를 소개했다.
한 교회 죽음준비교육에 참여했던 80대 어르신 한 분이 교육 수료 한 달 정도 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셨는데, 수업 시간에 작성한 인생노트가 가족들에게 마지막 유언이자 신앙의 고백이 됐다.
그는 "배우자는 그 인생노트를 읽으며 아내를 기억했고, 자녀들은 어머니께서 남기신 마지막 글을 통해 큰 위로를 받았다고 전해왔다"면서 "언제 떠날지 모르는 우리에게 삶을 돌아보고 기록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암 수술 병력이 있던 한 어르신은 죽음준비학교 수업을 마친 후 재발해 다시 입원하면서 "내 인생을 정리하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남겼고, 평생 택시기사로 살아온 한 아버지가 자필로 기록한 인생노트를 딸들이 컴퓨터로 입력해 드리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아버지의 삶을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했다.
유 복지사는 "죽음준비교육은 결국 나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할 뿐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사랑을 표현하게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죽음 준비를 보다 적극적으로 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복지사는 "죽음 준비는 장례를 준비하는 것을 넘어 생애 말기 돌봄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며 "신앙의 유산을 어떻게 남길 것인지, 날로 쇠약해지는 몸과 마음을 받아들이며 마지막 시간을 하나님 안에서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치매나 질병으로 교회에 나오지 못하는 성도들이 점점 많아지는 만큼 교회 공동체가 생애 말기 돌봄까지 함께 고민하고 어려움을 나누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30여 년 동안 노년과 죽음 준비를 연구하고 전하기 위해 달려온 그는 앞으로 교회 안에서 죽음준비교육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소망했다.
유 복지사는 "교회마다 형편에 맞게 다양한 형태의 죽음준비교육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어르신들이 마지막까지 하나님 안에서 아름답게 삶을 정리하도록 돕는 일에 계속 쓰임 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마지막 시간을 위한 바람도 담담히 전했다.
"하나님께서 부르시면 언제든 갈 수 있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그러면 오늘 하루가 참으로 소중하고 지금 마주 앉은 사람이 가장 중요해집니다. 결국 오늘을 사랑하며 정성껏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삶이고 가장 좋은 죽음 준비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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