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의 죽음 이야기
험상궂은 남성이 공격적으로 맞은편 사람에게 다가가고, 상대방은 얼굴을 돌리며 몸을 빼고 가슴 앞으로 손을 모아 방어합니다. 불규칙하게 조각난 인물과 배경은 서로 뒤섞여 혼란스러운 상황을 표현합니다. 누구나 두려워하고 밀쳐내고 싶은 죽음과의 싸움을 추상적으로 나타냅니다. 죽음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두려움’과 ‘고통’입니다. ‘질병’, ‘소멸’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들이 연상되고, ‘외로움’과 ‘단절’의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생각을 불편해하고 멀리하고 싶어 합니다. 이 그림 오스트리아 화가 에곤 실레(Egon Schiele)의 <죽음의 고통>(Agonie)은 뒤틀린 인물의 왜곡된 신체, 독특한 구조의 배경, 선명한 색채를 통해 죽음의 공포와 이를 피하려는 인물의 긴장감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에곤 실레까지 오스트리아 빈에서 활동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전시장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작품은 <원탁>이라는 제목의 에곤 실레가 그린 제49회 비엔나 분리파 전시회의 포스터입니다. 긴 탁자 주변에서 책장을 넘기고 있는 사람들이 그려져 있는데, 실레는 자신을 탁자의 제일 윗자리에 배치했고 그의 맞은편은 비어 있습니다. 이 자리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스승 클림트의 자리였습니다. 클림트의 빈 자리로 그를 추모했습니다. 29살의 나이 차이에도 서로를 지지했던 두 예술가의 관계에서 죽음은 두려움과 슬픔을 넘어, 사랑과 존경으로 승화될 수 있음을 보게 됩니다. 에곤 실레의 작품과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죽음을 그린 화가들, 순간 속 영원을 담다』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박인조 작가>
※ 이 글의 집필자인 박인조 작가는 사실모 상담사이며, 사실모 협력기관인 (재)에덴낙원(https://www.edenparadise.co.kr) 감사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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