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르디난드 호들러, <병상에 누운 발렌틴 고데-다렐>(1914) 출처: Wikimedia Commons
스위스 화가 페르디난드 호들러(Ferdinand Hodler)는 아내 발렌틴 고데-다렐(Valentine Godé-Darel)이 암으로 투병하는 2년간 그녀의 모습을 200여 점의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그중 하나인 <병상에 누운 발렌틴 고데-다렐>을 보면, 어떤 이들은 이런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워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호들러는 마치 일기를 쓰듯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내가 점점 쇠약해져가는 과정을 담담히 화폭에 담았습니다. 이 과정은 호들러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아픔과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무력감, 그리고 죽음의 공포에 직면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고통스러운 시간에서 애도의 감정을 켜켜이 쌓아가며 예술적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사실 호들러에게 죽음은 낯선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어머니, 형제들을 병으로 잃고 홀로 세상에 남았던 그에게, 그림은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서는 의미였습니다. 그림은 죽음의 두려움에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었습니다. 그가 알프스산맥의 아름다운 모습과 제네바 호수를 담은 풍경화를 자주 그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호들러는 메모장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죽음 외에도 이 세상에는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예술입니다. 제가 평생에 걸쳐 표현한 게 바로 그것이었다는 사실을 이제 깨달았습니다.” (<병상에 누운 발렌틴 고데-다렐>(1914)
이처럼 상실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킨 또 다른 화가가 있습니다. 현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마르크 샤갈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데, 러시아 태생의 화가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샤갈은 사랑하는 아내 벨라 로젠펠트(Bella Rosenfeld)를 이국땅 미국에서 감염병으로 잃었습니다. 이 그림 <결혼>은 1944년 벨라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한 슬픔 속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는 애도의 마음과 함께 결혼이라는 가장 사랑으로 충만한 순간을 작품에 담았습니다. 슬픔의 표현에만 그치지 않고, 벨라와의 아름다운 삶의 기억을 되살려낸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깊은 슬픔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호들러와 샤갈과 같은 예술가들은 이러한 상실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켜 영원한 기억과 사랑의 증거로 남겼습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온전히 헤아릴 수는 없지만, 사랑의 기억은 슬픔을 넘어 새로운 길로 우리를 인도한다는 것을 이들의 작품을 통해 깨닫습니다.

마르크 샤갈, <결혼>(1944년) 출처: Wikimedia Commons(ⓒ Sharon Molle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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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디난드 호들러, <자연의 리듬을 따라 흐르는 풍경>(1908년) 출처: Wikimedia Commons

마르크 샤갈, <생일>(1915년) 출처: Wikimedia Commons
2025년 제10호(2월)부터 새로운 기획기사 ‘명화 속 죽음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이번 기획기사의 집필자인 박인조 작가는 사실모 상담사이며, 사실모 협력기관인 (재)에덴낙원(https://www.edenparadise.co.kr) 감사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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