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의 죽음 이야기
삶과 죽음, 그리고 동행의 의미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작품 <죽음과 삶>(Death and Life, 1908-1915)을 보면, 죽음이 삶과 대립하지 않는다는 깊은 진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림에서 죽음은 해골의 형상으로 우리 바로 곁에 서 있지만, 그림 속 인물들은 평화로운 문양 속에서 고요히 잠들어 있습니다. 그들은 죽음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꿈속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런데 오직 한 사람, 한 여인만이 다릅니다. 그녀는 죽음과 정면으로 눈을 마주합니다. 놀랍게도 그녀의 표정에는 두려움 대신 평온함이 흐릅니다. 죽음을 거부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담담히 응시하는 얼굴입니다. 그녀에게 죽음은 '끝'이 아닌 '존재의 일부'로 받아들여집니다.
클림트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중요한 깨달음을 전합니다. 인생을 통해 죽음을 배워간다면, 죽음은 삶을 방해하는 파괴자만 아니라,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동반자도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더욱 소중하고, 죽음을 인정할 때 삶이 더욱 온전해지기 때문입니다.
호스피스에서 자원봉사하시는 분들로부터 들은 이야기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임종을 앞둔 이들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히 두려움만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도 여전히 뜨겁고 생생한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소망을 경험한다고 했습니다. 때로는 놀라울 정도로 평온한 얼굴을 만나게 된다고 합니다. 그들은 삶을 온전히 껴안으면서 동시에 죽음을 자연스럽게 맞이합니다. 이는 ‘두려움’을 지나 ‘수용’에 이른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평안한 표정입니다.
최근 뮤지엄 산(Museum SAN)에서 만난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의 <Ground> 전시는 이러한 경험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해주었습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안토니 곰리는 인체와 공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조각, 설치 및 공공미술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 작품은 마치 무덤처럼 조용한 지하 돔 공간에 철제 블록으로 만든 인체 조각들을 배치한 설치작품입니다.
플라워 가든에서 시작하여 지하의 반구형 구조물을 지나 야외 정원으로 이어지는 동선에 설치된 <Blockworks> 조각 7점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돔 중앙의 오큘러스를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 바깥에서 스며드는 바람과 흙냄새, 멀리 보이는 풍경, 그리고 깊은 침묵이 어우러져 침묵 가운데 생각하게 만듭니다. 철제 블록 옆에 앉거나 누워 죽음을 체험하는 듯한 순간을 맞이해보면, 주변의 모든 것이 새롭게 보입니다. 삶과 죽음, 존재와 소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이 조용히 마음속에 스며드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삶의 마지막을 스스로 결정하는 문서’를 작성하는 분들은 결국 자신의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용기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 일을 돕는 상담사 선생님들은 그 길을 동행해 주는 소중한 동반자입니다. 때로는 서로 머뭇거려지고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이 길의 끝에는 두려움을 넘어서는 명료함과 존엄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죽음 앞에서 더욱 빛나는 삶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인간이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할 수 있도록 돕는 동행, 여러분은 죽음 앞에서도 평온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찾아가는 동행자입니다. 클림트 그림 속 여인처럼 죽음을 담담히 응시할 수 있도록 돕는 여정의 안내자입니다.
안토니 곰리, <북방의 천사>(The Angel of the North, 1998), 출처: Wikimedia Commons(ⓒMike Peel)
안토니 곰리, <Ground>(2025), 사진출처: 박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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