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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병동 곳곳 ‘내생명 내가 결정’ 문구…중증 치매도 연명의료 중단 가능
    2025-08-21 21:56:33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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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동 곳곳 ‘내생명 내가 결정’ 문구…중증 치매도 연명의료 중단 가능

    매카이 메모리얼 병원에 설치된 사전돌봄계획(ACP) 등록 안내판. ‘연명의료 결정은 내가 스스로 한다’는 의미의 문구가 쓰여 있다. 신베이=김소영 기자 ksy@donga.com

    매카이 메모얼 병원에 설치된 사전돌봄계획(ACP) 등록 안내판. ‘연명의료 결정은 내가 스스로 한다’는 의미의 문구가 쓰여 있다. 신베이=김소영 기자 ksy@donga.com

    대만 신베이시 단수이구의 매카이 메모리얼 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환자(오른쪽)와 가족, 의료진(왼쪽)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만은 연명치료를 거부할 권리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으며 호스피스 제도도 잘 정착됐다. 신베이=김소영 기자 ksy@donga.com
    대만 신베이시 단수이구의 매카이 메모리얼 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환자(오른쪽)와 가족, 의료진(왼쪽)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만은 연명치료를 거부할 권리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으며 호스피스 제도도 잘 정착됐다. 신베이=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연명의료에 대한 결정은 내가 스스로 합니다.’

    대만 신베이시 단수이구 매카이 메모리얼 병원. 호스피스 병동 곳곳에는 이렇게 적힌 안내판이 걸려 있었다.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미리 밝히는 사전돌봄계획(Advance Care Planning·ACP) 등록을 안내하는 문구다. 팡춘카이 호스피스 센터장은 “대만은 국민이 품위 있는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해 왔다”고 설명했다.

    대만은 아시아 최초로 2000년 연명의료결정법을 제정했다.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을 권리를 한국보다 폭넓게 보장한다. 죽음을 앞둔 환자를 돌보며 고통을 적절히 완화시키는 호스피스도 잘 정착돼 있다. 2021년 미국 듀크대 연구팀이 발표한 ‘임종 및 돌봄 전문가 평가’에서 대만은 81개 평가 대상국 중 아시아 1위를 차지했다.

    ● “내 생명은 내가 결정한다” 인식 자리 잡아

    “대만은 20여 년 전부터 ‘내 생명은 내가 결정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사회적으로 논의해 왔습니다.”

    대만 위생복리부(보건복지부) 류위핑 의료부 국장은 대만의 연명의료 관련 법과 제도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류 국장은 “반대하는 의견도 물론 있었지만 죽음의 방식을 선택하는 건 인권 문제라는 인식이 더 컸다”고 덧붙였다.

    대만에서 논의가 본격화된 계기는 이른바 ‘왕샤오민’ 사건이다. 1963년 고교생이었던 왕샤오민이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자 그의 어머니가 1982년부터 정부 등에 딸의 안락사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계기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고 2000년 ‘안녕완화의료조례’, 2019년 환자 자주 권리법이 시행되면서 현재 제도가 완성됐다.

    대만에서는 병원에서 의료진과 상담한 뒤 ACP를 등록하면 향후 △말기 환자 △비가역적인 혼수 상태 △영구적인 식물 상태 △극중증 치매 △그 밖에 고통을 참기 어렵거나 질병이 회복될 수 없고 현재 의료 수준으로는 적절한 해결 방법이 없는 상황이 왔을 때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도 ‘사망 직전’일 때만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하다. 대만이 한국보다 연명의료 중단 범위를 훨씬 넓게 인정한다.

    등록 절차도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보건소나 민간 기관에서 담당 직원과 간단한 상담을 받은 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하지만, 대만에서는 의료진과 1시간가량 상담한 뒤 ACP를 등록한다. 국립 대만대병원 호스피스 병동의 청사오이 가정의학과 교수는 “ACP는 전국 280개 병원에서 상담을 통해 등록할 수 있다. ACP에 등록하면 해당 정보가 건강보험 카드에 등록되고 이후 모든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웰다잉(Well-Dying)’ 관련 민간 움직임도 활발하다. 비영리단체(NPO) 대만 호스피스 재단에서는 무료 전화 상담을 한다. 재단의 창샤팡 이사장은 “ACP 등록을 하는 과정에서 걱정되고 고민되는 점에 대해 누구든 전문 간호사와 상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호스피스 대상 질환에도 제한 없어

    대만이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 노력하는 또 다른 방법은 호스피스 활성화다. 대부분 암환자만 호스피스를 받는 한국과 달리 대만은 호스피스 대상 질환에 제한이 없다. 매카이 메모리얼 병원의 호스피스 병동도 절반가량이 암 환자였고, 나머지 절반은 암이 아닌 다른 질환 환자들이었다.

    병동에서 만난 쑨보펀 씨(68)도 입원한 96세 노모와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쑨 씨는 “3년 전 투병 중이던 아버지의 상태가 급작스레 악화돼 모르핀을 맞다가 돌아가시는 걸 보면서 어머니만큼은 편안하게 보내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며 “이곳의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어머니가 떠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병상에 누운 노모는 담당 의사가 지나가자 손짓을 하며 천천히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팡 센터장은 “사람은 숨이 멎어 관이 닫힐 때 비로소 그 인생이 정의된다는 말이 있다”며 “호스피스는 인생의 가장 끝에서 마지막 길을 함께 돕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기사원문보러가기 https://www.donga.com/news/Health/article/all/20250819/1322137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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