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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150명에 부고장… 박정자 “장례식에 미리 초대합니다”
    2025-05-15 13:27:03
    관리자
    조회수   40
    김동호·손숙 등 문화계 인사 초청

    박정자(가운데) 배우가 출연 중인 영화 ‘청명과 곡우 사이’의 한 장면. 박 배우는 한 여배우의 늙어감과 죽음을 들여다보는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강릉 해변 상여 장면 촬영을 축제 같은 ‘사전 장례식’ 삼아, 친한

    박정자(가운데) 배우가 출연 중인 영화 ‘청명과 곡우 사이’의 한 장면. 박 배우는 한 여배우의 늙어감과 죽음을 들여다보는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강릉 해변 상여 장면 촬영을 축제 같은 ‘사전 장례식’ 삼아, 친한 지인 150여 명에게 ‘부고 초대장’을 보냈다. /유준상 감독 제공


    “그리고 오늘 여든세 살 나의 장례식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장례식은 엄숙해야 한다고 누가 정했을까요. 오늘만큼은 다릅니다. 당신은 우는 대신 웃어야 합니다.”

    박정자(83) 배우의 가까운 지인 150여 명은 최근 특별한 초대장을 받았다. 제목은 ‘부고(訃告): 박정자의 마지막 커튼콜’. 글은 길고 간곡하다. “꽃 대신 기억을 들고 오세요. 마지막으로 들었던 나의 목소리를, 내가 좋아했던 대사를, 오래된 이야기와 가벼운 농담을, 우리가 함께 웃었던 순간을 안고 오세요.” ‘2025년 5월 25일 일요일 오후 2시 강릉시 사천면 산대월리 순포해변’, 장례식 시간과 장소까지 박혀 있다. “사랑과 환호를 담아 연극배우 박정자 올립니다.”

    /박정자 배우 제공

    /박정자 배우 제공

    그래픽=정인성

    그래픽=정인성

    13일 통화에서 박정자 배우는 “요즘 한 여자 배우를 중심으로 늙어감과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영화를 찍고 있는데, 강릉 해변에서 촬영할 극중 장례, 상여 나가는 마지막 장면에 함께해 달라고 친구들을 초대한 것”이라고 했다. “25일 순포해변에서 찍는 그 장면이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될 거예요. 이런 구경은 평생 못 할걸요. 누구도 안 한 짓거리를 내가 하는 거니까, 하하.” 그의 지인들은 영화 촬영을 겸해 열리는 ‘사전 장례식’에 초대받은 셈이다.

    그가 촬영 중인 영화의 제목은 ‘청명(淸明)과 곡우(穀雨) 사이’. 늙음과 죽음에 관한 영화의 제목이 봄꽃 활짝 피는 시기라는 게 역설적이다. 영화·드라마와 뮤지컬 무대를 넘나드는 배우로 더 잘 알려진 유준상(56)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영화. 박정자 배우는 “지난봄부터 거의 매일 통화하면서 유 감독이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직접 시나리오를 썼는데 정말 잘 썼더라. 이제 80%쯤 촬영한 것 같다”고 했다. “당연히 실화는 아니지만 나를 연상시키는 이야기가 많이 담겼어요.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희곡 ‘사바나 베이’가 극중극으로 녹아 있고, ‘만추’를 리메이크한 ‘육체의 약속’ 등 5편을 함께 찍었던 김기영 감독과 이야기도 담겼으니까.”

    영화 '청명과 곡우 사이' 촬영 스틸/유준상 감독 제공

    영화 '청명과 곡우 사이' 촬영 스틸/유준상 감독 제공

    사실 박정자 배우와 유준상 감독은 그동안 함께 일해 본 적이 없었다. 이날 강릉 해변에서 촬영 중에 전화를 받은 유준상 감독은 “죽음을 앞둔 배우의 다양한 감정과 죽음의 순간까지 표현해보고 싶었는데, 겨울에 지인 분을 통해 처음 박정자 선생님과 연락이 닿았다”며 “한길로 정말 꾸준히 쉼 없이 걸어오신 선생님을 통해서라면 한마디 한마디가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평생 기억하며 살아온 배우가 기억을 잃고 또 잊혀져가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살아있는 이들을 위하여 건배!’ 하실 땐 정말 삶의 소중함을, 또 잘 준비해 맞이하는 죽음에 관해 얘기하실 땐 그 절절함을 느끼게 돼죠.“ 영화는 총 20여 회 차 촬영을 통해, 2시간 조금 안 되는 길이로 완성될 예정이다.

    영화인 김동호, 정지영, 연출가 손진책, 프로듀서 박명성, 소리꾼 장사익, 배우 강부자·손숙·송승환·양희경 등 3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문화계 인사들이 박정자 배우의 초대를 받았다. 24일부터 25일 실제 촬영까지 현장 프로그램도 꽉 짜여 있다. 그야말로 축제 같은 사전 장례식이다.

    박정자 배우의 초대장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이것은 작별이 아니라 쉼이며, 끝이 아니라 막간이니까요. 얼굴을 비추지 않아도 존재하는 사람처럼 나의 무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태훈 기자 lib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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