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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호스피스, 죽음 앞당기는 의학 아닌 삶 완성하는 의료입니다” [건강한겨레]
    2026-01-30 14:50:45
    관리자
    조회수   12

    건강한겨레생활·건강

    “호스피스, 죽음 앞당기는 의학 아닌 삶 완성하는 의료입니다” [건강한겨레]

    심재용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장에게 듣는 ‘우리가 몰랐던 호스피스 의료’

    말기 환자 ‘삶의 질’ 높이는 의료 서비스
    안락사와 달리 ‘생명 인위적 단축’ 없이
    ‘환자의 정신적 명료함 유지’ 목표 삼고
    항암제 못 쓰는 암환자 생존 늘리기도

    최지현기자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소재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건강한겨레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심재용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장. 최승식 기획위원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소재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건강한겨레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심재용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장. 최승식 기획위원

     

    무병장수는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우리 사회의 많은 이에게 가장 큰 소망 중 하나다. 그런데 이 소망은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생로병사 과정’에서 한 가지를 빠뜨리고 있다. 바로 죽음이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죽음은 말하기 꺼리는 금기의 영역이었지만, 이제 점점 피할 수만은 없는 주제가 되고 있다.

    특히 질병과 죽음이란 주제가 합쳐졌을 때 그 두려움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이를 방증하듯 말기암을 비롯해 질병 치료가 어려운 상황에서 안락사나 의사조력자살을 선택하겠다는 의견이 크게 늘었다. 2022년 이후 거의 모든 통계에서 응답률이 70~80%에 이른다. 이러한 선택이 ‘존엄사’ 혹은 ‘존엄한 임종’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도 있다.

    이 기저엔 ‘아프면 존엄한 임종을 맞을 수 없을 것’이란 걱정이 자리 잡고 있다. 질병에 따른 고통과 경제적 부담도 두렵지만,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권, 즉 자율성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도 상당하다. 결국 이는 질병에 따른 고통과 부담, 두려움을 덜기 위해서 여명을 맞바꾸는 선택이다.

     

    완화 의료 개념도.
    완화 의료 개념도.

     

    하지만 이들 말기 환자를 향해 ‘아파도 존엄한 임종을 맞을 수 있다’고 강조하는 의료진이 있다. 바로 호스피스·완화의료학계다. 호스피스·완화의료란 치료가 어려운 말기 질환을 가진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통증과 신체적·심리적·사회적·영적 고통을 완화해 삶의 질을 향상하는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다. 국내에선 말기암,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만성 폐쇄성 호흡기 질환(COPD), 만성 간경화, 만성 호흡부전 등 5개 질환군 환자가 치료 효과 없이 수개월 내 사망이 예상되는 경우 제공된다. 대체로 1개월 안팎 호스피스 치료를 받지만, 국내 여건상 짧게는 1~2주일 동안 호스피스 의료진과 함께하는 경우도 있다.

     

    2023년 기준 전국 호스피스병상수 현황과 지역별 호스피스 자체 충족률 현황. 중앙호스피스센터 제공
    2023년 기준 전국 호스피스병상수 현황과 지역별 호스피스 자체 충족률 현황. 중앙호스피스센터 제공

     

    “호스피스는 잘 살기 위한 치료…죽음의 의미, 뒤집어 봐야”

    심재용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 완화의료센터장, 가정의학과 교수)은 “호스피스는 안락사의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아니다”라며 “호스피스는 죽으려고 하는 것도, 잘 죽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그는 “반대로 말기 환자들도 ‘잘 살기 위해’ 시행하는 의료가 호스피스”라며 “호스피스를 간단히 말하면 죽을 때까지 잘 사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1989 년 전공의 3 년차 당시 왕매련 교수를 만나 호스피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후 오랫동안 수많은 말기암 환자의 여명을 함께하고 임종 곁을 지켜온 경험의 결론이다 . 좋은 죽음, 존엄한 임종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온 그는 인생을 ‘생로병사’가 아닌 ‘사로병생’의 과정으로 뒤집어 보자고 말한다.

    “많은 환자분이 ‘제가 더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라고 물어봅니다. 왜 살아가는지에 대한 물음에 대답하는 건 개개인의 숙제겠지만, 죽음을 끝으로 생각하면 죽음은 두렵고 피해야 하는 무언가가 됩니다. 반대로, 죽음을 앞에 놓고 생각하면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그 의미가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좋은 죽음에 대한 많은 정의가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좋은 죽음은 ‘잘 살아간 인생이 맞는 죽음’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호스피스는 좋은 죽음을 위해 좋은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말기 환자와 함께하는 생명운동이자 문화운동입니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소재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건강한겨레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심재용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장. 최승식 기획위원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소재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건강한겨레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심재용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장. 최승식 기획위원

     

    호스피스 과정에서 의료는 삶의 의미 찾는 디딤돌

    호스피스는 환자의 여명과 임종 과정을 억지로 앞당겨 종결하는 안락사나 의사조력자살과는 근본적인 차이를 갖는다. 호스피스 의료진과 다학제 팀은 환자가 인생을 마무리하는 과정을 완결할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하며 이 과정의 방해물을 걷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완화의료’라 부르는 의학적 도움이다.

    심 교수는 매슬로의 욕구 5단계 이론으로 이를 설명한다. 이는 인간의 욕구가 생리, 안전, 소속과 애정, 존경,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 순으로 향한다는 심리학 이론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낮은 단계의 욕구가 충족돼야 상위 욕구를 추구할 수 있다는 피라미드 구조다. 즉, 임종 과정에서 말기 환자가 사랑이나 자아실현 등의 상위 욕구로 향할 수 있도록 식욕과 수면 등의 생리적 욕구는 물론 통증과 육체적 불편함 등의 가장 기초적인 필요를 해결해야 하는데, 여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의학이란 설명이다. 이를 위해 마약성 진통제, 항정신성 약물 등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완화하는 약물을 처방하는 것에서 시작해 환자의 건강 상태가 허락하는 한에서 수술과 중재시술 등 가능한 모든 의료적 처치를 활용할 수 있다.

    심 교수는 “이 과정에서 마약성 진통제나 항정신성 약물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며 “기억이나 의식이 없다고 해도 통증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환자는 여전히 괴로워한다. 오히려 신체가 제대로 기능하도록 도와 정신이 명료해지는 시간을 마련하려는 목표”라고 지적한다. 이를 통해 1개월가량의 호스피스 치료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환자는 일주일가량의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는 “이 기간에 환자는 인생의 의미를 완성하고 혼자 죽음을 맞는 게 아닌 마지막까지 나와 함께하는 이들이 있다는 존재적 연결성을 느끼기도 한다”며 “호스피스가 아니면 임종 과정에서 이런 경험을 하기 어렵다”고 부연한다.

     

    2028년 호스피스 이용률 50% 목표 내건 정부…갈 길 먼 현실

    다행히도 최근 10여 년간 국내에도 점차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정착해가는 모양새다. 2008년 7.3%에 불과했던 호스피스·완화의료 이용률은 2023년 기준 26.2%까지 증가했다. 2024년을 기준으로 호스피스 전문기관은 200곳 1815병상, 이용자 수도 2만2394명 수준까지 늘었다.

    다만, 여전히 말기 환자 4명 중 3명은 호스피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문 의료기관과 병상 역시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된 상황이다. 집에서 임종을 맞도록 돕는 가정형 호스피스를 제공하는 기관도 전국 39곳에 그쳤다. 실제 2023년 장기요양 노인의 임종 희망 장소는 1순위가 자택(67.5%)이었지만, 실제 사망 장소는 72.9%가 요양병원을 포함한 의료기관이었고 자택 임종은 14.7%에 불과했다.

    정부 역시 이를 반영해 2024년 ‘제2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2024~2028)’에서 2028년까지 호스피스 이용률 50% 달성을 목표로 전문기관을 확보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해 말기 환자가 살던 곳에서 임종할 수 있도록 가정형 호스피스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러한 정부의 목표와 환자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학회는 지적한다. 현행 국민건강보험 수가체계상 병원 운영 측면에서 호스피스 병동은 일반 병동에 비해 수익성 떨어지기에 호스피스 전문기관 확충에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 의료진이 크게 부족한 것도 걸림돌이다. 전국 전체를 통틀어도 200 명 남짓에 불과하다. 따라서 세부전문의 제도 신설, 호스피스 병동 및 가정형 호스피스 보상체계 현실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학회는 제언한다. 학회 차원에선 죽음에 대한 문화적 인식 전환을 위한 노력과 함께 호스피스 환자를 병원 밖에서도 도울 수 있는 재단 설립 등을 추진 중이다.

    심 교수는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의료진이 환자를 포기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환자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가는 치료”라며 “최근엔 잘 계획된 호스피스·완화의료가 항암제를 사용할 수 없는 말기암 환자의 생존 기간을 2~3개월까지 늘릴 수 있다는 연구가 보고될 정도로 의학적 중요성도 검증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

    기사원문 보러가기 https://www.hani.co.kr/arti/hanihealth/healthlife/12422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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