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소식
[김대균의 아름다운 배웅, 따뜻한 동행] ② 가정호스피스 지원 확대

진료실에서 말기 환자들을 만나면 마지막 소원은 대개 같다. “선생님, 병원 침대가 아니라… 내 집, 내 방에서 가족 얼굴 보며 눈 감고 싶어요.”
그 눈빛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집에서의 마지막이 누구에게나 허락된 일이 아니라는 걸 현장에서 너무 자주 목격하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이 집에서의 임종을 원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다수가 병원에서 생을 마감한다.
최근 정부가 가정호스피스 지원 확대를 논의한다는 소식은 반갑다. 다만 그 박수 뒤편으로 우려도 함께 따른다. 혹여 정책의 출발점이 ‘환자의 존엄’이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라는 경제적 셈법에 놓여 있다면 호스피스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호스피스는 병원비를 아끼기 위한 ‘저가형 돌봄’이 아니다. 병원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숙련된 의료진이 환자의 삶터로 직접 찾아가는 전문적 완화의료의 과정이다. 통증을 세밀하게 조절하고 밤의 응급콜에 대응하며 불안에 흔들리는 가족을 지지하는 일까지 포함한다. 이런 과정을 단순히 ‘효율’만으로 설계하면 환자에게는 통증의 방치가, 가족에게는 과도한 돌봄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때 그것은 배웅이 아니라 방치에 가깝다.
호스피스가 활성화되면 의료비가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누군가의 마지막을 서둘러 정리해 비용을 낮춘 결과가 아니다. 충분한 돌봄과 준비 속에서 삶을 마무리할 때, 과도한 의료 개입이 자연히 줄어들며 뒤따라오는 변화일 뿐이다. 순서가 바뀌어서는 안 된다.
다만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맹점이 있다. 병원에서 쓰이던 비용이 줄었다고 해서 사회 전체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그 부담의 일부는 가족에게로 이동한다. 간병을 위해 일을 줄이거나 그만두는 소득 손실,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한 사적 지출, 24시간을 책임지는 심리적 소진이 뒤따른다. 제도적 보완 없이 ‘가정’만을 강조하면 가정호스피스는 선택이 아니라 감당이 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정직한 투자’다. 방문 인력의 안정적 확보, 24시간 대응 체계, 단기 돌봄 지원, 가족 돌봄 휴가의 실질적 보장, 사별 가족 상담까지 포함한 포괄적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 숫자를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 안전하게 집에서 마지막을 맞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이번 관심이 반짝하는 경제 대책이 아닌, 국민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복지 철학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비용을 아끼는 죽음이 아니라 존엄을 지키는 죽음, 가정호스피스는 그 존엄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길이다.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예산의 절감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사람답게 숨 쉴 권리다.
김대균 인천성모병원 권역별호스피스센터 교수
기사원문보러가기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7174361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