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소식
[김대균의 아름다운 배웅, 따뜻한 동행] ③ 1인 가구의 임종

요즘 한 할머니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 간 전이가 진행돼 황달이 짙어진 77세 대장암 말기 환자다. 남편과 사별한 뒤 인천의 낡은 집에서 30년째 혼자 살아왔다. 자녀는 한 명 있지만 베트남에서 생계를 꾸리고 있어 올 수 없다고 했다. 사회복지사를 통해 무연고 장례를 부탁해 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오래도록 무거웠다.
호스피스 돌봄을 권유한 뒤 넉 달 정도는 외래에 오며 통증을 조절했다. 그러나 기력이 떨어지면서 이젠 집 밖으로 나오는 일조차 어려워졌다. 그래도 할머니 뜻은 분명했다. “내일 죽더라도 병원이 아니라 여기서 죽을 거야.” 결국 가정호스피스를 시작했다.
식사를 못 하니 간호사가 주 3회 방문해 탈수로 인한 고통을 덜어드리기 위한 수액을 놓고, 나도 주 1회 찾아가 복수를 빼며 숨쉬기 편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의료적 돌봄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시간이 더 길다. 찾아오는 가족도, 안부를 묻는 이웃도 없는 집에서 할머니는 잘 들리지도 않는 라디오를 종일 켜둔 채 천장만 바라보고 지낸다.
지난주 자원봉사자 두 분이 침상 목욕을 해드렸는데, 할머니는 고맙다며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 한 장을 건네셨다고 한다. 거절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먹먹해졌다. 누군가 찾아와 준 그 짧은 시간이 할머니에게는 얼마나 큰 위로였을까.
할머니는 장기요양 2등급이라 요양보호사가 하루 몇 시간씩 올 수 있지만, 낯선 사람이 집에 드나드는 건 싫다며 거절한다. 그 마음도 이해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떠나지 않는다. 주말 사이 홀로 임종하시면 어쩌나.
정부는 가정호스피스를 늘리고 돌봄통합지원법을 통해 익숙한 곳에서 노후와 임종을 맞도록 돕겠다고 한다. 꼭 필요한 방향이다. 하지만 빠르게 늘어나는 1인 가구의 현실 앞에서, 가족이나 곁을 지킬 사람이 없는 이들에게도 과연 ‘집에서의 마지막’이 허락될 수 있을지 묻게 된다. 혼자 사는 생애 말기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서비스의 개수만이 아니다. 익숙한 몇 사람이 반복해서 곁을 지키는 돌봄의 관계망이 있어야 한다. 의료와 요양, 복지, 지역사회의 안부가 한 사람의 마지막을 함께 떠받칠 때, 집은 비로소 고립된 방이 아니라 삶을 마무리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
이제 거리는 지방선거 열기로 달아오를 것이다. 정치는 이 서늘한 고립의 위기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생애 말기의 벼랑 끝에 선 시민들을 위해 어떤 해답을 찾고 어떤 의지를 모아낼 수 있을까. 봄꽃이 피어나는 계절, 홀로 죽음을 기다리는 방 앞에서 나는 우리 사회가 지금 누구의 마지막을, 어떻게 책임지고 있는지 묻게 된다.
김대균 인천성모병원 권역별호스피스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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