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소식
"한국 사회 '죽음의 질' 바닥…생애 말기 돌봄 공백 메워야"
통합돌봄 시행 후 첫 정책 토론회
“생애 말기 돌봄 체계 갖춰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가 160만 명을 돌파했지만, 국민 10명 중 7명은 여전히 자신이 원하는 곳이 아닌 차가운 병원 침대에서 생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지역사회 '돌봄 통합지원법(통합돌봄법)'이 첫발을 뗐지만, 정작 삶의 마지막 퍼즐인 '생애 말기 돌봄'은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싶어도 월 400만 원에 달하는 간병비 폭탄과 24시간 대응 인프라 부재에 가로막혀, 결국 환자들이 응급실과 요양병원을 전전하는 '회전문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10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와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통합돌봄법 시행과 생애 말기 돌봄 연속성 구축을 위한 정책 제언 및 실행 전략' 토론회에서는 파편화된 의료·복지 제도의 통합 및 진정한 생애 말기 돌봄 제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축사에 나선 서영석 의원은 “노인 인구 천만, 1인 가구 천만 시대를 맞아 본격적인 ‘다사(多死)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며 “생애 말기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임종한 한국커뮤니티케어협회 회장은 “국민소득 3만5000달러를 넘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정작 국민이 체감하는 ‘죽음의 질’은 거의 바닥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전문가들은 생애 말기 돌봄 체계가 의료·복지·요양으로 쪼개져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데다, 돌봄 비용 부담마저 개인과 가족에게 집중돼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대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교수는 "가정 호스피스를 원해도 24시간 상주할 가족이 없거나 월 400만 원 이상의 간병인을 둘 여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며 "호스피스, 재택의료, 장기요양이 각자 분절돼 돌아가고 있어 이를 이을 끊어지지 않는 가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재우 학회 보험정책이사는 통합돌봄이 ‘익숙한 곳에서의 노후(Aging in Place)’를 넘어 ‘익숙한 곳에서의 존엄한 죽음(Dying in Place)’까지 포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택의료를 중심으로, 고난도 증상이 생기면 호스피스가 개입하고 이후 다시 지역사회로 복귀하는 ‘순환 협력(Loop)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며 “생애 말기 돌봄이 빠진 통합돌봄은 결국 반쪽짜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호스피스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생애 말기 돌봄 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심재용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장은 “바둑에서 두 집이 나야 온전히 살아 있는 ‘완생(完生)’이 되듯, 삶의 전반부를 지탱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마지막 단계인 호스피스로 아름답게 이어져야 비로소 삶도 완성된다”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장숙랑 중앙대 교수도 “통합돌봄 체계가 뚫려 있을 때 가장 크게 고립되는 이들이 바로 생애 말기 환자들”이라며 조속한 시스템 연계를 주문했다.
재택 임종을 현실화하려면 가족에게 집중된 부담을 덜어줄 제도적 뒷받침과 충분한 재정 투입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조경애 돌봄과미래 사무처장은 정부가 통합돌봄 제도에서 임종 케어를 2027년 이후 과제로 미뤄둔 점을 지적하며 "임종기 간병휴가 도입과 예산 확대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신현영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도 "이재명 대통령께서도 재택 임종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당부했듯, 보건의료 예산 분배의 우선순위를 높이고 지자체별 칸막이를 부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형 기자 mean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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