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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콧줄 꼈어도 카페 데려가라…말기암 환자 웃게하는 법 [Health&]
    2025-10-20 17:22:21
    관리자
    조회수   357

    암 환자와 가족 위한 돌봄 가이드

    박중철 교수.jpg

    연세암병원 박중철 교수(가정의학과).

     

    고등학생 자녀를 둔 A씨(47)는 올해 초 갑작스레 4기 암 진단을 받았다. 치료를 포기할 수 없었던 온 가족이 전라남도 나주에서 서울의 대학병원으로 올라왔다. 두 차례 항암을 이어갔으나 병은 나빠졌다. 복수가 차고 몸은 점점 무거워져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남편이 힘겹게 호스피스·완화의료가 필요하단 말을 꺼냈다. 항암이 어렵다는 말을 들은 환자는 극심한 우울감과 무기력을 보였다. 완화의료팀은 정신종양의학과 협진을 요청했다. 이후 며칠 뒤 환자가 “처음으로 푹 잤어요”라며 웃었다. 더는 가족 앞에서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곧 나을 거야’란 희망은 암 치료의 고통을 버티게 한다. 하지만 완치가 어렵다는 말 이후의 시간은 숙제다. 병은 여전히 내 안에 있는데 삶은 계속된다. 환자와 가족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헤맬 때 완화의료는 고통을 덜고 사람답게 일상을 살도록 돕는다.

    이런 완화의료를 말기 암 환자의 마지막 선택지, 임종을 기다리는 단계로만 오해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연세암병원 박중철(가정의학과·사진) 교수는 “완화의료의 목표는 남은 하루하루를 안 아프고 살맛 나게 하는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터부시되던 죽음을 환자와 가족이 함께 받아들이며 삶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의 저자인 박 교수는 말기암 환자와 가족을 돌봐온 완화의료 전문가다. 박 교수와 함께 완화의료 원포인트 레슨 6가지를 소개한다.

    ① 일찍 완화의료 접하면 생존율 2배
    치료 선택지가 남아 있어도 몸이 버티지 못할 때가 있다. 고령이거나 부작용·통증에 쇠약해진 환자가 그렇다. 진행암 환자의 절반은 임종 직전까지 통증, 호흡곤란, 전신 쇠약 등으로 응급실을 찾는다. 이들 중 상당수는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기 같은 고강도 연명 치료를 받는다. 서울대병원이 발표한 2편의 연구(2025)에 따르면 완화의료 외래 진료를 한 달 일찍 받을수록 임종 직전 응급실 방문율이 16%씩 감소했다. 조기에 질 높은 완화의료를 받은 진행암 환자는 2년 생존율이 2배이면서 우울감은 절반 이하였다. 완화의료는 신체 증상뿐 아니라 정신적·영적 고통까지 함께 돌본다. 암 진단 초기부터 삶의 질을 지키도록 돕는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

    ② 가까운 곳에 새로운 주치의 두기
    완화의료는 증상 조절과 약물 조정, 응급 대응이 자주 필요하므로 거리상 가까운 병원과의 연계가 좋다. 통증, 식욕부진, 피로, 불면을 다루는 새로운 주치의를 따로 두길 권한다. 지역의 완화의료 전문기관에 미리 등록해 두면 주치의와 수시로 연락하며 약물·입원·돌봄을 조정한다. 완화의료 전문가는 환자와 가족에게 앞으로의 일을 지도처럼 펼쳐 보여주고 함께 대비한다. 평온한 여정의 길잡이 역할이다.

    ③ 가족과 함께 임종 다룬 영화 보기
    임종 과정이 막상 다가오면 “기적이 일어날 거야” “기도 받으면 나을 거야”라는 말만 한다. 정작 필요한 “지금까지 행복했어, 고마웠어” 같은 작별의 대화는 거의 없다. 죽음을 부정하고 실패로 여기는 현대사회 분위기 탓이 크다. 이럴 때 영화 같은 시청각 자료는 좋은 교재다. 예컨대 일본 영화 ‘엔딩 노트’는 말기 위암 판정을 받은 아버지가 남은 6개월을 ‘삶의 숙제 10가지’로 채워가는 이야기다. 가족과 여행하고 정치적 신념을 다시 표현하며 노모에게 직접 죽음을 알리는 장면이 이어진다. 딸은 그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한다. 한 사람의 죽음을 통해 남은 이들은 삶을 배운다. 명절이나 가족 모임 때 처음엔 어색해도 같이 영화를 보고 죽음을 주제로 이야기해 보자. 두려움이 줄고 서로의 가치관이 드러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살고, 어떻게 떠나고 싶은가에 관한 가치관의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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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화의료는 금기시되던 죽음을 환자·가족이 함께 받아들이며 삶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④  환자가 터널 지날 땐 기다리기
    환자는 자신의 몸 변화를 의사·가족보다 먼저 안다. 주변에서 기적을 말해도 마음 한쪽에서는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치료가 더는 통하지 않거나 몸이 서서히 멈춰가면 극심한 상실감이 온다. 이때 필요한 건 환자 스스로 터널을 지나오기까지 묵묵히 기다려주는 것이다. ‘조금만 먹어봐, 움직여야 나아져’ 대신 누워 있고 싶어 하면 누워 있게 두고, 아무 말 하기 싫어하면 조용히 함께 있어 주는 것이다. 환자는 떠날 때를 알고 있지만 남은 가족을 두고 쉽게 떠나지 못하는 마음도 있다. 갈팡질팡할수록 동굴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럴수록 가족은 일상을 유지하며 각자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 가족이 밥 먹고 일하고 웃는 모습을 볼 때 환자는 비로소 괜찮다는 신호를 받고 암묵적 강박에서 벗어난다. 좀 내려놔도 됨을 느끼면 스스로 자연스럽게 자리를 찾아간다.

    ⑤ 통증 조절해 일상 즐기도록 도와
    통증이 조절되면 암 환자라는 사실도 잠시 잊는다. 걷기 힘들어도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가고, 콧줄을 꼈어도 마스크를 쓰고 카페에 가 커피향을 맡는다. 먹지 못해도 좋아했던 음식의 향이나 꽃향기를 맡으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느낀다. ‘오늘은 덜 아파 커피 향이 좋았다, 아이 얼굴을 보니 힘이 난다’는 말이 나온다. 마약성 진통제를 쓰면 중독되고 빨리 돌아가신다는 건 오해다. 통증 조절이 안 돼 못 먹고 못 자면 더 약해진다. 장기 통증(내장통)에는 마약성 진통제, 근육·뼈·피부 통증에는 소염진통제의 효과가 좋다. 신경통에는 항경련제나 항우울제를 쓰는 게 낫다.

    ⑥ 환자 돌봄 기술 가족이 직접 배워야
    가정형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의료진이 집으로 찾아와 상처 소독, 콧줄 관리, 복수·흉수 배액, 중심정맥관 영양 투여 등을 돕는다. 학습지 선생님처럼 ‘오늘은 중심정맥관 관리법을 해볼까요?’ ‘주사기에 공기가 차고 막히면 이렇게 톡톡 쳐야 해요’ 하며 가족이 직접 해보도록 시범과 교육을 병행한다. 환자는 익숙한 냄새와 소리, 온기 속에서 자신의 속도로 하루를 살아간다. 돌봄 기술을 배운 가족에게 임종 과정은 죽음을 지켜보는 시간을 넘어 삶을 함께 완성하는 시간으로 남는다. 슬픔 속에서도 감사와 평화를 경험한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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