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성모병원 박진노 교수..."자기결정권 보장하는 유연한 법 적용 필요"
[의약뉴스] 최근 ‘조력 존엄사’ 등 안락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생명 윤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의료현장에서 ‘존엄사’라는 용어 대신 '무의미한 치료 중단'이라는 가치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이목이 쏠린다.
말기 환자의 영양공급 중단 문제 등 연명의료 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하고, 환자가 원하는 곳에서 평안한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 완화의료 인프라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은평성모병원 완화의학과 박진노 교수는 1일 의료윤리연구회 월례모임에서 ‘임종기 돌봄, 어떻게 확장되어야 하는가?’를 주제로 발제에 나서 이같이 밝혔다.
◆“안락사 옹호 수단 된 존엄사, 용어 바로잡아야”
박 교수는 먼저 존엄사라는 용어의 모호성을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존엄사라는 말이 긍정적인 느낌을 주다 보니 안락사를 옹호하는 측에서 이를 혼용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무의미한 치료 중단’과 생명을 인위적으로 종결시키는 ‘안락사’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무의미한 치료 중단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함으로써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것으로, 이를 안락사와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무의미한 치료 중단 또는 그에 준하는 가치 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례로 그는 최근 국민 10명 중 9명이 연명의료를 원치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이는 안락사와 연명의료 중단의 개념이 혼재된 상태에서 응답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확한 용어 사용을 통해 사회적 혼란을 줄이고, 생명 경시 풍조가 확산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양공급 중단, 기계적 적용보단 환자 이익 최우선해야”
박 교수는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말기 환자 영양공급 중단’ 이슈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은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등 특수 연명치료는 중단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물과 영양 공급은 중단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말기 암 환자 등 임종기 환자에게 무리한 영양공급은 오히려 부종이나 호흡곤란을 유발해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법률 문구에 얽매여 기계적으로 영양을 공급하기보다는, 환자의 상태와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의료진이 유연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만의 ‘단식 조력사’ 사례를 언급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가 무의미한 생명 연장 대신 자연스러운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집에서 죽고 싶지만, 갈 곳은 병원 뿐
박 교수는 ‘재택 임종’ 활성화를 위한 제언도 아끼지 않았다.
박 교수가 인용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호스피스 이용 사망자 중 자택에서 임종한 비율은 8.3%에 불과했다.
많은 환자가 집에서 생을 마감하기를 원하지만,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가정형 호스피스 기관 부족과 심각한 지역 간 격차로 환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며 “임종 시 사망 진단이나 장례 절차의 복잡함, 아파트 거주 문화 등도 재택 임종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사망자 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병원 중심의 임종 문화를 개선하고 재택 임종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며 “가정형 호스피스 수가 인상, 24시간 대응 시스템 구축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환자가 건강할 때 미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 말기 진단 후에는 담당 의사와 상의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이를 통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가족들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바람직한 임종 문화의 첫걸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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