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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빈의 저널톡] 응급이송 감소·재택사망 증가·감염 위험 완화
32개 지자체·47개 지역 자료 종합…병원 의존도 낮춘 구조 확인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일본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뒤 의료·돌봄의 중심을 병원에서 집으로 옮기는 구조를 단계적으로 완성해 왔다. 고령자의 치료·돌봄 중심이 병원에서 집으로 이동할 때 응급이송, 감염 위험, 말기 돌봄 부담이 모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일본 도쿄 과학원 보건과학대학원은 국제학술지 '노인간호학회지'(Geriatric Nursing)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일본의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이 '생애말기' 돌봄을 실질적으로 지탱하는 기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난 2017~2018년 일본 32개 지자체에서 사망한 75세 이상 고령자 1만 5124명의 보험청구 자료를 분석했는데, 그 결과 전체 사망자의 14%가 자택에서 임종을 맞았고, 자택 사망자 2110명 중 68%가 방문간호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생애 마지막 6개월 구간에서 집중적으로 시작되었으며, 말기 암 환자의 비중이 임종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증가했다.
재택·왕진의료가 지역 의료체계 부담을 완화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환자의 편의를 넘어 지역 전체의 응급 의료 부담을 줄이고, 말기 환자의 '병원이 아닌 집에서의 임종'을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적 개입이라는 의미다.
일본 야마가타 대학교 의학대학원 보건정책과학과 연구진이 미야기현 토메시를 대상으로 지난 2005~2020년 응급이송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정기 방문과 긴급 왕진을 제공한 뒤 응급이송 표준지표는 2013년 85.6%에서 2017년 78.1%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이 대상 지역을 토메시로 정한 이유는 이 지역이 인구 약 8만 명, 고령화율 35.5%의 지역으로 대형 병원과 거리가 멀어 고령자의 응급이송 의존도가 높았던 곳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재택의료는 집에서 치료받는 환자에게 효과적이며 입원과 구급차 이용을 줄일 수 있다)"며 "재택의료 제공은 원치 않는 응급이송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재택·왕진 진료가 감염률을 낮춘다는 근거도 나오고 있다. 일본 히로시마 대학병원 일반 내과 연구진이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일본 47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방문간호사 수와 재택 사망률, 감염병 등 상관관계를 비교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방문간호와 왕진진료가 활성화된 지역에서 고령자가 요양시설보다 가정에서 치료를 유지하는 비중이 높았다"며 "분산된 형태의 돌봄 제공은 감염병 상황에서 고령자의 밀집·집중을 낮추는 방식으로 작동했다"고 설명했다.
이 세 연구는 모두 재택 기반 돌봄이 병원 중심 체계에 비해 의료·돌봄의 지속성을 높인다는 점을 보여준다. 방문간호는 말기 환자를 집에서 안전하게 모니터링하고 치료를 유지할 수 있게 하며, 재택·왕진 진료는 급성 악화 시 병원이송 없이 집에서 응급처치가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역 단위 방문간호 인프라는 이러한 서비스들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셈이다.
한편 국내 재택의료는 설계 초기 단계에 있지만 여건은 변화하고 있다. 지역 통합돌봄 법제화, 방문진료 수가 논의, 방문간호 제도 개선 등 기반이 확장되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돌봄·재택 의료 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재택 기반 의료는 인프라가 일정 수준 누적돼야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초기 2~3년은 정착의 성패를 결정하는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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