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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조선] 연명치료의 자기결정권 "내 인생 마지막 누가 결정하나?"
    2025-08-06 13:03:10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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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조선

     

    "연명치료의 자기결정권 "내 인생 마지막 누가 결정하나?"

    photo 뉴시스

    photo 뉴시스

    백세 시대. 우리는 '오래 사는 법'에는 익숙해졌지만, '잘 죽는 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낯설다. 군가는 "죽음은 삶의 일부"라고 했지만, 한국 사회에서 죽음은 아직도 터부시되는 주제이자 피하고 싶은 현실이다. 그러나 평균 기대수명이 83세를 넘고,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지금, 죽음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내 마지막은 누가 결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이제 우리 모두가 답해야 할 공동의 과제가 되었다.

    과거에는 질환이 말기 단계에 이르러서야 병을 인지했고, 그로 인해 갑작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조기 진단 기술의 발달과 정밀 항암치료, 인공호흡기, ECMO 등 생명유지장치의 발전은 생존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중환자실의 생존율 또한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반드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기술이 만들어낸 생명의 연장이 오히려 삶의 질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기계장치에 의존한 연명은 생명 보호라기보다 고통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단지 시간을 늘리는 것만으로 그것을 '삶'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말기 암, 중증 치매, 다장기부전 환자의 경우의료 개입은 생존 시간을 다소 연장시킬 수 있지만, 그 대가는 반복적인 시술과 통증, 식사 불가, 의사소통의 단절이다. 결국 환자는 감각도 감정 표현도 불가능한 채 기계에 둘러싸여 '살아 있는 듯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대한 사회적 반성이 시작되었고, 의료와 윤리, 법제도의 교차점에서 연명의료 결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한국만의 고민은 아니다. 1976년 미국 뉴저지주에서 식물인간 상태였던 카렌 퀸란의 부모는 생명유지장치 제거를 요청했고, 법원이 이를 허용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윤리적·법적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후 네덜란드, 벨기에, 대만, 일본 등은 다양한 형태의 관련 제도를 마련해왔다. 한국에서는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이 의료계와 법조계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당시 가족의 요청으로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했지만, 환자가 사망하자 의료진은 살인방조 혐의로 기소됐다.[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2도995 판결] 대법원은 "환자의 명확한 동의 없이 인위적으로 생명을 단축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시했고, 이는 의료현장에서 연명의료 중단을 더욱 소극적으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반면 2009년 '김할머니 사건'에서는 환자의 사전의향서는 없었지만, 가족의 진술과 평소 언행을 근거로 '연명의료를 원치 않았다'는 의사가 추정됐다.[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9다1741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은 이 경우 연명의료 중단을 정당한 행위로 판단했고, 이는 이후 연명의료결정제도 법제화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이 두 판례는 생명권과 자기결정권, 가족의 역할과 의료진의 책임 사이에서 우리가 어떤 균형을 모색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하게 한다. 2013년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권고를 계기로 2016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이듬해 시행되면서 환자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

    제도가 마련되었지만, 참여는 여전히 저조하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성인은 약 27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5.6% 수준에 그친다. 고령층 등록률이 18.5%에 달하긴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국민은 생의 마지막 순간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 채 남겨두고 있다. 이는 곧 제도보다 '죽음에 대한 논의 자체를 미루는 문화'와 '제도에 대한 낮은 인식'이 더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결과, 임종의 결정은 환자가 아닌 가족에게 떠넘겨지고, 의료진은 법적 책임을 우려해 연명의료를 지속하는 일이 반복된다. 등록자 다수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방 거주자, 저소득층, 독거노인의 참여율은 더욱 낮다. 연명의료 결정은 개인의 선택 이전에 '접근성'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혼란스러운 개념들… 안락사, 존엄사, 웰다잉

    보건복지부 보건복지상담센터의 '자주 하는 질문'에 따르면, 죽음과 관련된 의료적 개념들인 '안락사' '존엄사' '웰다잉'은 법적으로 뚜렷한 구분이 존재한다. 안락사는 회복 불가능한 환자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종료하는 행위로, 한국에서는 불법이다. 존엄사는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권리를 의미하지만, 법적으로는 반드시 '임종과정'이라는 의학적 판단이 있어야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하다. 웰다잉은 사전의향서 작성, 유언장, 장례 준비, 재산 정리 등 삶의 마지막을 스스로 설계하는 문화적·사회적 개념이며, 법적 정의는 없다. 이러한 개념들이 혼용되면 환자, 가족, 의료진 간의 의사결정 과정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정확한 용어 사용과 제도에 대한 교육, 그리고 사회적 인식의 정비가 필수적이다.

    자기결정권은 형식적으로만 보장

    연명의료 중단을 가족 전원의 합의로 결정했더라도, 뒤늦게 일부 가족이 "당시 실제 결정권자가 아니었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의료진은 '연명의료 중단이 정당하더라도, 절차가 정확히 이행되지 않으면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결국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형식적으로만 보장되고, 현실에서는 가족과 의료진이 그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환자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면, 법은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등 2인 이상의 합의를 통해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임종의 문턱에서 이 결정을 내려야 하는 가족의 입장은 결코 가볍지 않다. 어떤 가족은 '끝까지 살리자'고 주장하고, 다른 가족은 '환자의 뜻은 달랐을 것'이라며 반박한다. 의료진은 이런 갈등의 한가운데서 중재자 역할까지 떠맡는다.

    제도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려면 단순한 문서 작성에서 나아가 '상담 중심 구조'로 발전해야 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선택지를 고르는 문서가 아니라, 환자의 가치관과 철학이 담긴 결정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건강검진, 장기요양등급 판정, 치매 선별검사 등 주요 보건복지 서비스와 연계하여 사전연명의료계획 상담이 일상적으로 제공될 필요가 있다. 연명의료 결정은 생명을 포기하는 절차가 아니라, 삶의 마지막을 존엄하게 마무리하기 위한 기회다. 그리고 그 기회는 하루아침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미리 준비한 사람만이 제대로 맞이할 수 있다.

    "내 인생의 마지막 장, 누가 써줘야 하나요?"라는 질문은 결국 "나는 어떻게 죽고 싶은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그리고 이 질문은 언젠가 우리 모두가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답이 병원 복도에서 시간과 비용에 쫓겨 급히 서명하는 가족의 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준비된 나의 문장과 나의 철학에서 비롯되도록. 우리는 지금부터 그 답을 써내려가야 한다.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용기, 그것이야말로 삶을 더 깊고 충만하게 만드는 첫걸음 아닐까.

     

    이재현 치과의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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