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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감문] 성북점자도서관 구술자서전 '11개의 빛, 어둠을 걷다' 구술작가들의 고백(박현자 외)
    2025-01-27 16:28:15
    관리자
    조회수   45

    11개의 빛 자서전표지..png

     

    1. 구술작가 박현자 

    이춘금 선생님은 중도시각장애인으로 유방암과 교통사고까지 연이은 질병과 사고로 고통을 받으셨다. 김종성 선생님은 세 살 때 한국전쟁을 만났고 천연두를 앓은 후유증으로 실명이 되셨다. 김종성 선생님은 사회 제도와 복지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시절에 소외되고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성인이 된 후에도 앞이 보이지 않기에 속이려는 사람들이 많아 사람에 대한 신뢰가 약해진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부동산 매매나 임대차 계약 시,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단체가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면 안심하고 거래를 마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인 도움도 중요하지만, 실생활에서 시각장애인의 재산을 보호해 주는 중요한 지원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라는 어느 시인의 시구처럼 누군가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면 소중하지 않은 삶은 없고 경이롭지 않은 삶은 없다. 고통과 시련의 긴 터널 끝에 자신에 대한 사랑과 마음의 평정을 얻으신 이춘금 선생님, 아내의 투병 생활을 지켜주셨고 아내에 대한 사랑이 그리움 된 김종성 선생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 한 줄 메시지 ◎

    * 이춘금 선생님께
    시력을 잃은 것도 부족해 유방암에 교통사고까지 이선생님에게 몰아닥친 거센 풍랑을 굳건하게 헤쳐 나오셨으니 앞으로 선생님의 경험과 능력을 펼치실 그날이 기대됩니다. 

    * 김종성 선생님께
    어린 나이에 시력을 잃고 열악한 환경에서 당당하게 살아오셨고 부인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은 큰 감동이었습니다. 남은 생애 밥상 앞에 마주 앉아 도란도란 얘기 나눌 반려자를 꼭 만나시길 바랍니다.

     

    2. 구술작가 조현아

    저는 평소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복지 못지않게 비장애인에게 시각장애인을 소개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무언가를 잘 모를 때 불안과 불편을 느끼기 마련인데, 잘 알고 자주 접할수록 편견이나 두려움은 줄어드는 대신 이해와 연대의 감정은 크게 자라니까요. 저에게 시각장애인 어르신들의 구술자서전을 쓰는 일은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차이를 수용하며 같이 살아가는 방법의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구술자서전 작업에서는 장애인의 삶에 대한 이해를 넘어 인간의 연약함과 위대함의 서사를 발견하고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들이 많은 분에게 닿기를 바랍니다. 고통과 시련이 인간에게 던지는 날선 질문에 대한 답을 어르신들의 인생이야기를 읽으시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만나셨으면 좋겠습니다.    
                                                                       
    ◎ 한 줄 메시지 ◎

    * 이수남 선생님께 
    선생님의 깊은 경지를 다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만, 착하고 밝은 마음으로 살아야지 하고 계속 다짐을 하게 되네요. 이게 무슨 조화일까요? 감사합니다.  

    * 양만석 선생님께
    선생님은 정말 복잡해요. 약하면서 강인하고, 비천하면서 고귀하고, 강직하면서도 재미있고, 갇혀있으면서 자유롭고요. 특별한 사람을 만나 전 참 힘들고 기뻤습니다.  

     

    3. 구술작가 정은주

    시각장애인을 만나 인터뷰하고 자서전을 쓰는 일, 교정을 함께하는 일은 우여곡절과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저에게 배정된 구술자 두 분은 정말 '파워풀'한 삶을 살아오셨기에, 어떤 방식으로 글쓰기를 해야 할지 고민이었습니다. 장애를 극복(?)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평범한 한 사람으로서 겪었던 분투를 담담히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극복’이란 단어 자체가 어불성설이니까요. 
    이 구술자서전 사업은 매우 귀한 일이니 지금 옮기는 발걸음-사소한 실수나 실패도 디딤돌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세상은 막막한 결핍이 압도하는 곳이라고 막연히 생각해왔습니다. 지금은 달리 보게 되었습니다. ‘혹시 내가 모르는 다른 것들로 가득 찬 세상은 아닐까?’ 
    장애를 감상적으로 보겠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저들의 발걸음이 참으로 놀라운 도약이었음을 말하고 싶습니다. 함께 한 선생님들의 땀방울이 얼룩진 원고를 잊지 않겠습니다. 모두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 한 줄 메시지 ◎

    * 김민범 선생님께
    빛을 잃고 스스로 빛이 되는 삶을 보여주신 김민범 선생님, 고맙습니다.

    * 이기호 선생님께
    ‘시력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일반인이 짐작하는 만큼 크지 않다’라고 가르쳐주신 이기호 선생님, 감사합니다.

     

    4. 구술작가 최승주

    20여 년이 지난 후 나는 어떤 모습이려나 종종 상상하곤 했습니다. 자서전의 주인공인 두 분 선생님과의 만남으로 ‘나는 이런 모습으로 익어가고 싶다’라는 소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올해 환갑을 맞은 유승만 선생님은 카이로스의 시간을 살아내고 계셨습니다. 십여 년 전에 전맹이 된 유승만 선생님의 삶은 겉으로 보기에는 빛으로부터 멀어지는 듯하지만, 숱한 상실의 경험들이 비로소 남편, 아버지, 아들로서의 인간 유승만에게 의미를 부여하면서 유승만 선생님은 그 어느 때보다 빛을 향해 작열합니다.
    전인옥 선생님은 시각장애인에 대한 차가운 시선이 가득한 세상에서 “나도 너와 다름 아니다.”를 삶으로 보여준 분입니다. 마치 음지에서도 예쁜 이파리를 키워내며 주위를 정화하는 수박 페페처럼 말이지요. 혹자는 전인옥 선생님의 “최초” 타이틀과 빼곡한 이력서를 보고 작은 거인이라 기함하겠지만, 나는 선생님의 걸어온 발자욱에서 수박 페페의 꽃말처럼 “행운과 함께 하는 사랑”이 놓여 있음을 보았습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좇고 싶은 두 분을 만날 수 있었으니, 자서전 작가로 활동하기를 참 잘했습니다.   

    ◎ 한 줄 메시지 ◎

    * 유승만 선생님께
    어둠에서 빛으로 한 걸음씩 내딛는 유승만 선생님의 눅진한 발자욱이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 전인옥 선생님께
    전인옥 선생님은 축축하고 볕이 들지 않는 환경에서도 주위를 정화하며 예쁜 수박 모양을 잎을 틔우는 수박 페페같이 아름다운 분입니다.

     

    5. 구술작가 이석주 

    나이 듦은 주름을 만드는 역사라고 합니다. 접히고 펼쳐지면서 만들어진 주름 안에 자신의 삶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 주름 안에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있고 역사가 있고 우주가 있습니다. 선생님도 84년 세월만큼이나 주름이 많고 그 주름 하나하나에는 선생님의 슬픔과 고통의 서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온 애환의 주름, 토지 몰수의 깊은 상처의 주름, 한국전쟁이 남긴 삶과 죽음의 주름과 점자도서관을 지켜온 자부심의 주름이 있습니다. 또 그지없이 고맙고 미안한 가족들의 주름도 있습니다. 그 모든 주름에는 시대를 살아온 사건들과 귀한 정신이 녹아 있습니다. 그리고 주름마다 ‘베풀며 살아온 인생, 마지막까지 베풀며 살다 갈 인생’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함께 관계 맺으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또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기록으로 ‘기억될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선생님의 주름 이야기가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큰 깨달음을 주시고 만날 때마다 베풂을 행하신 이 도병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 한 줄 메시지 ◎

    * 이 도병 선생님께
    ‘ 마지막까지 베풀고 가는 선생님의 인생’에 함께함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6. 구술작가 전효선

    어두운 밤, 밝은 빛으로 세상 배들의 이정표가 되어주신 두 분의 등대지기를 만났다. 
    손끝으로 세상을 읽고 손끝으로 세상을 바꾸어 갈 사람들을 위해 점자 강사로 21년을 봉사하신정선 선생님. 7년 전 아내를 떠나보내고 ‘오늘만 살자’ 다짐하면서 지금까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 
    홍수성 선생님은 유년 시절 이른 실명으로 세상의 빛을 읽을 수 없으셨지만, 좋은 스승을 만나 시각장애인의 자립과 발전을 위해 긴 시간 한 길을 걸어오셨다. 헌신적인 아내가 동행했던 그 길에 이제는 삶의 마지막으로 가는 길을 준비하고 계신다. 

    두 분이 살아내신 인생 재료를 있는 모습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두 분의 삶을 묵상하며 살아내신 여정을 따라갔다. 그리하여 깊은 우물에서 한 됫박의 물을 길어 그릇에 담아낼 수 있었다. 삶을 인터뷰하고 인생을 담아내는 과정은 나에게도 인생을 묻고 답하는 시간이 되었다. 불완전한 우리가 온전하게 사는 법은 함께하므로 온전할 수 있음을 몸소 알려주신 두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한 줄 메시지 ◎

    * 홍수성 선생님께 
    ‘나’라는 ‘한 사람’을 인정해주고, 내 의견을 잘 따라주었기 때문에 현재까지 잘 이끌어 왔다고 생각한다는 말씀 속에 세상을 향해 담긴 배려와 사랑을 깊이 새기겠습니다. 

    * 신정선 선생님께
    낙심하지 말고, 용기 잃지 않고, 굳세고 당당하게, 떳떳하게 살아야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시각장애인들을 격려하신 선생님, 당신은 선생님을 꿈꾸던 소년의 꿈을 삶으로 이루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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