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구술자서전 「살아내니 빛난 내 인생」 출판…어르신 10명 생애 담아
“작가님과 함께 글을 완성하며 제 삶 전체를 돌아봤고, 참 많이 울었습니다.”
청춘 시절 반항기부터 남편과의 갑작스러운 사별 이야기 등을 담은 <감사로 꽃피는 나날>의 구술자 이현옥(아녜스) 씨는 울먹이며 소감을 잇지 못했다.
수원교구 제2대리구 오전동본당(주임 최종환 미카엘 신부)은 11월 12일 성당 1층 강당에서 70~80대 어르신 10인의 구술 자서전을 엮은 「살아내니 빛난 내 인생」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번 자서전 출간은 경기도 의왕시가 공모한 ‘경기도 종교계 문화예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본당이 신청해 진행됐다. 어르신들이 삶을 돌아보며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나아가 신앙을 삶 안에서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사업을 주관한 본당 교육분과 고은옥(가타리나) 씨는 “천주교는 연령회나 어르신 대학이 잘 돼있기에 이런 사업을 각 본당에서 많이 이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서전은 구술자들 삶에 녹아든 신앙의 궤적을 훑으며 자연스레 하느님을 알리는 역할도 했다. 편집자 정은주 작가는 “참가자 열 분의 삶은 너무나 기품이 있는 신앙의 표본이었다”며 “신앙을 아름답게 실천하는 모습을 그린 이 책이 정말 강한 선교 역할을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교 시절 겨우 세례를 받고, 훗날 남편의 영세 이야기도 담아낸 <뿌리가 되어 사는 삶>을 구술한 박옥희(레지나) 씨는 “신자가 되고는 항상 감사한 것만 찾고 있다”며 “저를 선택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책을 완성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각 10명의 구술자와 구술 작가가 1대 1로 진행한 인터뷰는 서로에 대한 존경심과 끈끈한 유대감이 피어난 자리였다. 박현자 작가는 “오늘날까지 이렇게 우뚝 서 계시는 구술자 김연자(소피아) 님을 정말 존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구술자 김은자(알비나) 씨는 “최승주 작가님 덕분에 내 안의 이야기를 다 꺼내놓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자서전은 현재를 살고 있는 독자에게 큰 위로와 힘을 전했다. 첫 독자이자 자서전의 표지디자이너인 청년 김미소진(마리아·제2대리구 분당성요한본당) 씨는 “최근 여러 문제로 스트레스가 심했는데, 자서전에서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하느님의 돌보심으로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며 용기를 얻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본당 보좌 박상현(요한 세례자) 신부는 환영 인사에서 “이 책은 마치 성 바오로 사도의 서간이자 또 한 편의 성경과 같은 느낌”이라며 “이 신앙의 삶들을 바탕으로 우리도 앞으로 더 많은 신앙 이야기를 가꿔 나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출판기념회에서는 자신의 소중한 인생사를 나눈 구술자들에게 응원과 박수가 쏟아졌다. 사업을 공동 주관한 사단법인 사전의료의향서실천모임 홍양희 공동대표는 “지금까지 여러 곳에서 이어온 어르신 구술 자서전 사업 참가자들은 모두 어려운 절망 중에도 신앙으로, 사랑으로 생명을 붙잡고 가정을 지켜냈다”며 “모든 삶은 기록할 가치가 넘친다”고 격려했다.
성 바오로 가정호스피스 센터장을 역임한 노유자 수녀(쟌드마리·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는 “이번 작업을 통해 어르신들은 더욱 명확히 자신과 마주하게 되셨을 것”이라며 “그 귀한 삶에서 보석 같은 많은 것들을 배우겠다”고 말했다.
사업 총괄과 공동 편집을 담당한 전효선 작가는 “이 자서전을 쓴 시간이 어르신들의 남은 생에 보람과 ‘나’로 살아갈 힘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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