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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후기] '당신의 이름 세글자와 상담사라는 이름 세글자'(김도경 상담사 / 13기)
    2025-12-02 10:58:46
    관리자
    조회수   12

    따뜻한 커뮤니티 담소의 순간.png

     

    .......한 번의 생에 여러 번 죽는 것은, 내게 모든 것 가운데 가장 어려운 일!
    이보다 더 어려운 것은, 한 번의 생에 오직 한 번 죽는 사람들과 날마다 함께 살아가는 너무도 끔찍한 일! 

    모든 교육이 끝난 현재, 교육 과정 중에 알게 된, 담딘 수렌 우리 앙카이의 시“한 번의 생에 여러 번 죽는다”가 저는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다른 이들의 고통에 함께하고 그들과 함께 우는 삶, 낡은 관습의 의식에 사로잡힌 내 에고(Ego)의 죽음, 내가 스스로 죽어야 내 삶의 여명이 동트고 새로운 차원이 열린다는 뜻에 깊이 공감하고 또 오래도록 기억하려 합니다.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의 상담사 13기로 함께하면서, 단지 상담사로서 해야 할 일들과, 그 일들을 잘 수행해 내기 위한 과제들만을 배운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를 배운 것 같습니다. 
    존엄한 죽음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고, 공동체 문화가 사라진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으며, 죽음에 대한 철학적 관점을 살펴볼 때는 특히나 흥미로웠습니다. 돌봄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도 가져보고, 안락사가 좋은 죽음일 수 있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여러 분야에 걸친 죽음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한 명의 상담사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니 더욱더 상담사로서의 무게가 느껴지고, 동시에 자부심도 갖게 됩니다.

     

    저는 현재, 웰다잉 강사로서 노인복지관 등 여러 기관에 나가서 많은 어르신들을 만나 뵙고 있습니다. 그분들과 함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어떻게 하면 잘 죽을 수 있는지, 그리고 동시에 잘 살 수 있는지 이야기 하다보면 어김없이 연명의료결정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번 상담사 교육을 통해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한 저 스스로의 이해도가 훨씬 높아졌기 때문에, 향후 관련 강의를 나갔을 때 어르신들께 알려드릴 수 있는 내용이 풍부해졌음에 감사합니다. 
     

    선배 상담사님들이 보여주시는 상담 시연과, 들려주시는 풍부한 현장의 이야기들 덕분에 향후 상담사로서 활동을 할때의 모습이 어렵지 않게 그려졌습니다. 그리고 마침, 상담사 교육이 끝나고 일주일쯤 뒤, 한 교회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 및 작성 일을 도와드릴 기회가 있었습니다. 현장에 직접 나가서 분위기도 살필 수 있었고, 실제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러 오시는 분들이 어떤 점을 주로 궁금해하시는지, 또 어떤 부분을 가장 많이 오해하고 계시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에 앞서 상담사의 설명을 듣고 난 뒤, 저마다의 사연을 자연스럽게 뱉어내시는 모습을 보면서 구술자서전의 탄생 배경에 대해서도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재까지 출판된 여러 권의 구술자서전 중에서도 저는 개인적으로 ‘모든 삶은 경이롭다’를 가장 좋아합니다. 이 제목에 가장 큰 공감을 표합니다. 지나가는 누군가를 붙잡고 이야기 나눠봐도 그 사람의 삶은 경이롭다 느낄 것입니다. 그렇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한 분 한 분의 삶은 정말로 경이롭고 위대하다고 저는 그렇게 느낍니다.
     

    그런 한 분, 한 분이 본인의 죽음을 떠올리며, 스스로 연명의료를 거부할 것을 결심하고 직접 종이 위에 본인의 이름을 적으시는 그 행위에서, 저는 저절로 사실모의 핵심가치인 ‘당하는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으로’가 떠올랐습니다. 
     

    종이 위에 내 이름 석자를 쓴다는 것, 그것이 이토록 아름답고도 경건한 일임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앞으로 제가 상담사로서 만나 뵙게 될 그분들께 제 마음을 이렇게 시로 표현해 보고 싶습니다.
     

                        세 글자


                                                -김도경-

    또박또박 써 내려간 당신의 이름 세 글자
    그건 당신이 쓴 것이 분명하지요.
    그 누구의 손을 빌리지도 않았답니다.
    분명합니다. 제가 그 옆에 있었으니까요.
    그때 제가 당신들 바로 옆에 있었잖아요.

    어쩌면 그 세 글자 종이 위에 적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제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단숨에 써 내려간 이름이지만
    그렇게 하기까지 당신은 
    몇 번이고 마음을 고쳐먹었을테지요

    혹시라도 마음이 바뀐다면
    언제라도 저를 찾아오십시오.
    바뀐 당신의 마음 그대로 그렇게 돌려놓겠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렇게 해도 진짜로 괜찮습니다.
    당신의 이름도 당신 것이고 당신의 마음도 당신 것이니까요.

    당신들게 감사드립니다.
    소중한 당신의 삶을, 
    더없이 고귀하고 아름다운 당신의 영혼을,
    아무렇게나 던져버리지 않고 끝까지 당신 손으로 책임져 주셔서.
    제가 당신들게 감히 감사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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