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안녕하세요.
우선 열 분의 자서전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는 시각장애인 아버지를 둔 딸입니다. 이 자리에 함께하신 선생님들의 자녀분들을 대표한다고 하기에는 조심스럽지만, 오늘은 용기 내어 마음을 전해보려 합니다.
제가 일곱 살 때, 아버지께서는 사고로 시력을 잃으셨습니다.
그 후 40년 가까이 아버지와 함께 살아오며,
‘장애를 받아들인다’는 것이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과 관계와 삶 전체를 다시 세워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처음에는 모두가 충격 속에 있었습니다.
“곧 괜찮아지겠지”하는 부정의 시간,
“왜 하필 우리일까” 하는 분노의 시간,
그리고 길고 고요한 슬픔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우리는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수용은 체념이 아닌, 다시 살아내려는 결심이라는 것.
그 결심은 우리를 서로 더 깊이 이해하게 했고,
아버지는 삶을,
저는 세상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했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장애인이지, 너희가 장애인은 아니다. 부끄러워하지 마라.”
그 말 속에는 세상이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아버지의 마음이 담겨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혹시라도
“내가 장애인이라 자녀가 상처받진 않았을까?”
“내가 장애인이라 자녀가 부끄럽지는 않을까?”
“아이에게 짐이 되진 않았을까?”
하는 마음을 오랫동안 안고 계셨다면,
그 마음을 이제는 조금 놓아주셔도 됩니다.
저는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자녀들도 결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어느 아이가 시각장애인 부모의 손을 잡고 걸을 때
어느 어머니가 장애아동과 함께 웃을 때
그 장면을 바라보는 세상의 눈빛이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 더 평등해지길 바랍니다.
선천적이든, 중도든, 장애의 여정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길을 걸어 여기까지 오신 여러분은
이미 사랑과 노력과 인내의 시간을 견뎌낸 분들입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가 함께 말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삶은 아름답다라고
이 책이 누군가에게
‘장애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다가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세상의 시선이
조금 더 따뜻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 함께하신 모든 분들의 가정에
건강과 평화, 그리고 기쁨이 늘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 이 글은 지난 11월 4일(화) 성북점자도서관 강당에서 열렸던 [여전히 삶은 아름답다] 구술자서전 출판기념회에서 소개되었던 최선미 사회복지사의 축하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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