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알림마당   /   활동소식

    활동소식

    아름다운 사연 17 - 구술대상자와의 만남(박승원 상담사)
    2023-12-09 12:04:45
    관리자
    조회수   101

    리의 만남은 인천 서구에 있는 불로 대곡동 행복센터에서였다.

    작년 여름, 이상기후로 무더위가 극성을 부려 지루했던 더위도 막 숨 고르기에 들어가 가을의 정취를 조금은 느낄 수 있을 때였다나는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기 위해 동네 주민센터를 방문했다. 현재 화제가 되고 있는 사회의 관심사로 센터 안 장의자에 앉은 서너 명의 노인들의 대화의 열기가 고조되어 있었다어떤 중년 남자가 어르신들이 문제야라며 지나가는 말로 하는데 나이 많이 먹었다고 다 그렇지는 않아요. 나는 그 사람들과는 같지 않아요라며 자기 의사를 분명하게 말하는 할머니가 있었다. 몸이 많이 불편해 보이는데도 웃음소리가 맑고 명랑해 보였다. 그래서 눈여겨보게 되었다. '우리 동네에도 그런 안목을 가진 할머니가 있었구나.' 나는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반가웠다.

    우리 동네에는 차 없는 거리가 있어 많은 주민이 나와 걷기 운동을 한다산책길에서 그 분을 자주 만나게 되었다. 나는 호기심으로 자연스럽게 그 분과 대화를 시도해 보았다. 그 분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한 편의 드라마를 듣는 것 같았다. “자서전을 쓰고 싶지 않으세요? 제가 써 드릴 수 있어요.”  나는 자서전을 권유했고 그 분도 자서전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자서전 작업이 시작되었다처음에는 소원노트를 가지고 시범을 보이기 위해 내가 먼저 작성하면서 안내했다. 칸이 적어서 다 적을 수가 없다고 해서 새 노트를 주면서 여기에다 쓰고 싶은 말 다 써서 가지고 오라고 했다. 노트를 가지고 간 김경자님은 5페이지 분량의 자신의 이야기를 비교적 잘 작성해서 오셨다.

    당신의 자서전을 쓴다는 자부심으로 과거의 어렵고 힘들었던 자신의 생활상을 상기하면서 술회하는 모습에서 나도 눈물을 같이 흘리면서 깊은 감명을 받게 되었다현재 김경자님은 일주일에 3, 그러니까 이틀에 한 번 꼴로 신장투석을 꼭 받아야만 생활을 할 수 있는 분이다. 물도 정해 놓은 량 밖에는 마실 수가 없으며 섭취하는 음식물에도 제한하는 게 너무 많아 아무 음식이나 먹을 수가 없다. 얼마 전에는 새벽기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미끄러져 고관절과 팔과 다리뼈를 심하게 다쳐 여덟 곳이나 수술을 했기 때문에 허리는 굽어져있고 걸음거리도 불편한 상태로 잘 걷지도 못하시는 분이다그런데도 우리 정상인이 무색할 정도로 활기에 가득차 있어 아무도 따라갈 수 없는 부지런함과 모든 면에 용기와 의욕이 넘치신다. 이 세상에 당신이 살아 있음을 경이롭게 여기며 감사와 즐거움으로 재미있어하는 모습이 마치 초등학생이 부모에게 칭찬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김경자님은 책 읽기를 좋아하다고 했다. "아 그러세요? 요즈음에는 무슨 책을 읽으세요?”  물어보니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사 놓기는 했는데 잘 안 읽혀져요" 라고 대답했다. 나는 이 책이 나오자마자 구입해서 책 속에 푹 빠져 하루 이틀 사이에 감명깊게 독파를 하고 이어령 선생의 어록들을 많이 인용해서 사용하고 있던 터라 무척 반가웠다. 그래서 나도 우리 집에 그 책이 있으니 우리 집에 와서 같이 읽으실래요?”  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 두 사람의 책 읽기가 시작되었다그동안에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은 물론이고 이화대학 교목이셨던 김흥호 목사님의 설교집두 권을 읽었다. 현재 함석헌 선생의 뜻으로 본 인류역사를 거의 다 읽어가고 있고, 앞으로 읽을 사마천의 사기를 구입해 놓고 있는 중이다책을 읽는 중에도 김경자님이 어찌나 재미있어 하고 신나하는지 나도 더불어 책 읽어가면서 설명해 주고 해석해 주는 재미에 푹 빠져 생활의 활기를 되찾고 있다.

    김경자님이 책을 읽으면서 감명을 토로한다.

    나는 초등학교만 겨우 나와서 그동안 아이들과 먹고사는 일에만 열중하느라 이런 공부를 할 기회도 없었고 한 적도 없어요. 못 배워서 어디서 들어본 적도 없는 이런 말을 듣고 공부하고 있는게 꿈과 같이 황홀해요. 이런 말을 저 혼자만 듣는것이 너무 아까워요. 우리 교회에 오셔서 우리 교우들에게도 좀 알려 주세요우리 교회에 오시면 기타도 섹스폰도 배울 수 있어요.” 

    김경자님이 나에게 제안을 했다. 나는 집에서 왕복 4시간 정도 걸려서만 갈 수 있는 덕수궁 옆에 있는 성공회 주교좌 교회엘 나가고 있다. 주일마다 출석하기가 불편해서 자주 유튜브를 통해 감사성찬례를 하고 있었다. 김경자님의 유혹(?)으로 바로 눈앞에 있는 작은 교회에 관심 가는 것은 당연했다

    동인교회 목사님을 우리 집에 초대했다. 목사님께 김경자님과의 관계와 나의 종교 철학을 설명하고 내가 본 교회를 출석 못 할 경우 동인교회를 출석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요즈음에는 1부 예배는 동인교회에서 드리고 바로 달려가 본 교회의 2부 감사성찬례를 드리는 실정이다동인교회에서 새벽기도를 하면서 나의 생활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고 기타와 섹스폰을 배우는 재미로 나의 하루는 즐거움과 보람으로 알찬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우리는 우연한 기회에 만나 구술자서전이 매개체가 되어 참된 우정을 과시하면서 서로 자기 것으로 나누며, 서로 발전하면서 삶의 도정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나의 생활이 이렇게 변했듯이, 처음에 내가 받았던 인상과는 너무나 달라진 김경자님의 찬란한 모습에서 나는 또 한번 인생의 아름다움에 대해 깊은 감동을 느낀다.

     

    댓글

    댓글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번호 제목 등록일 조회수
    공지 [탐방] 강릉 기쁨가득사회적협동조합을 다녀와서(사무국)    2025-02-04 77
    공지 [소감문] 성북점자도서관 구술자서전 '11개의 빛, 어둠을 걷다' 구술작가들의 고백(박현자 외)    2025-01-27 71
    82 위풍당당한 노년의 주도적 삶을 위한 돌봄 소원 배달학습 프로젝트(2024 보건복지부 노인복지 민간단체 지원사업)    2024-12-10 91
    81 [탐방] 창동어르신복지관을 찾아서(사무국)    2024-12-08 115
    80 아름다운 사연 30 - 강남동산교회를 방문하고(박정현 상담사)    2024-11-29 115
    79 [수강 후기] 12기 상담사교육을 마치고(조윤지 상담사) 2024-11-18 89
    78 웰다잉 문화확산 캠페인에 참여하고 왔습니다(사무국)    2024-11-05 87
    77 아름다운 사연 29 - 구술작가라는 낯선 이름(박현자 구술작가)    2024-10-06 109
    76 [탐방] 부산웰다잉문화연구소 오영진 소장과의 만남(사무국)    2024-10-03 141
    75 아름다운 사연 28 - "잘 죽는 법을 알지 못하면 잘 살 수 없다“(손정애 상담사)    2024-10-01 90
    74 아름다운 사연 27 - 품위 있는 죽음 및 죽음과 관련된 자기결정권 실현(신병희 상담사)    2024-08-09 122
    73 [탐방] (사)제주웰다잉문화연구소를 다녀와서(사무국)    2024-08-05 147
    72 [수강 후기] - ‘생의 찬미를 향한 가족자서전 쓰기' 강의를 듣고(1기 이선희 교육생) 2024-08-02 145
    71 아름다운 사연 26 - 성남 한마음복지관 점자도서관에서의 웰다잉수업(윤서희 강사) 2024-07-31 105
    70 아름다운 사연 25 - 어려움도 함께 나누는 상담사를 꿈꾸며(피정숙 상담사)    2024-06-21 125
    69 [탐방] 대구 아름다운 중·노년문화연구소를 다녀와서(사무국)    2024-06-03 139
    68 아름다운 사연 24 - 갓길로 들어설 용기(정은주 상담사)    2024-05-07 217
    67 홍양희 공동대표 - 국민일보 [내 인생의 나침반이 된 성경말씀] 기고(2024.4.27.)    2024-05-03 117
    66 [탐방] 인천 한국웰다잉교육문화연구원을 다녀와서(사무국)    2024-04-03 151
    65 아름다운 사연 23 - "웰다잉교육 들으러 풍기에서 오신 분"(윤서희 상담사/웰다잉교육 강사) 2024-04-03 108
    64 아름다운 사연 22 - 출장을 다녀와서(삶의 마무리)(이경만 상담사) 2024-03-23 122
    63 아름다운 사연 21 -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수업을 진행하며(윤서희 상담사/웰다잉교육 강사) 2024-03-02 138
    62 아름다운 사연 20 - 초보 상담사, 백세 어르신을 찾아 뵙다(이병갑 상담사) 2024-02-14 140
    61 [탐방] 이천 에덴낙원을 다녀와서(사무국)    2024-01-31 201
    60 아름다운 사연 19 - 인생은 선택[選擇]이런가(이기선 상담사) 2024-01-29 105
    59 동아일보 [마음의 눈으로 돌아본 내 인생] 도서전달식 심층 보도(조건희 기자/ 사실모 구술작가)    2023-12-30 129
    58 홍양희 공동대표 CBS뉴스 단독 인터뷰(2023. 12. 21.) 2023-12-22 111
    57 CBS TV 뉴스 구술자서전 출판기념회 보도(2023.12.11.) 2023-12-12 102
    56 이일학 사무총장 [KBS 9시 뉴스 “연명의료 안 받겠다” 2백만 명 넘었다 ](2023.12.10.) 출연    2023-12-11 117
    55 CBS 노컷뉴스 구술자서전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되다] 출판기념회 보도기사(2023.12.08.) 2023-12-10 126
    54 아름다운 사연 18 - 심명성 선생님 인터뷰(전효선 상담사/구술작가)    2023-12-09 115
    53 아름다운 사연 17 - 구술대상자와의 만남(박승원 상담사) 2023-12-09 101
    1 2 3

    상담신청

    교육문의

    e 뉴스레터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