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알림마당   /   활동소식

    활동소식

    아름다운 사연 21 -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수업을 진행하며(윤서희 상담사/웰다잉교육 강사)
    2024-03-02 11:21:02
    관리자
    조회수   139

    "안녕하세요, 윤서희 강사입니다. 오늘도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는 인사를 하면서 나는 경쾌하고 활기차게 강의실 문을 열며, 어르신들과 안부를 묻는다.

    도란도란 앉아 계신 어르신들.
    나는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며 불편한 곳이 없는지 살핀다. '활기찬 노년을 위한 의미있는 채비'라는 주제로 ‘웰다잉 예술수업’을 하며,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찾아오는 것이 2021년부터 시작해서 벌써 4년째다.

    오늘은 지난 주에 이어 두 번째 수업 시간, 아직 도착하지 않은 어르신이 계셔서 궁금하던 차에 강의실을 급히 여는 소리가 들린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이제, 오셨나 보네." 한 어르신이 말씀하신다.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소리에 민감하신 어르신들이다. 강의실이 열리는 소리에 모두 반갑게 인사한다.

    "어서 오세요." 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늦게 온 어르신께서 한숨을 내쉬며, "큰마음 먹고 시작했는데, 마지막 수업까지 올 수 있을지 자신이 없네요."라고 하신다. 경북 영주시 풍기면에서 새벽에 일어나 준비하고, 풍기역에서 서울역까지 KTX타고,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까지 혼자서 오는 것은 시각장애인 어르신께는 모험과 같은 일이다.

    경상북도 시각장애인복지관은 두 곳이 있으나 어르신이 사는 곳에서 가려면 서울보다 교통이 더 힘들다는 것과 해당 지역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웰다잉 프로그램’이 없어 새벽부터 일어나 역마다 전화를 걸어 ‘길 안내’를 부탁하는 수고를 하면서 출발한 지 3시간이 넘어서야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까지 겨우 도착할 수 있는 것이다. 

    정해진 수업시간으로 새벽부터 오시느라 고생했을 어르신에게 잠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는 수업을 시작한다. 오늘 수업의 시작은 책상을 두드리며 지금 느끼는 기분을 표현해보기로 했다. 책상을 두드리며 자신의 기분을 표현해 본 적이 처음인 분들이라 어색해하기도 하면서도 ‘툭탁 툭탁’, ‘툭탁탁 툭탁’, 각기 다른 소리를 낸다. 어색해하는 자신의 모습을 알아가며 받아드리는 것도 살아감의 일부라는 것을 말씀드리며 수업이 이어졌다.

    슬픔과 미소가 교차한 수업, 마무리 인사를 나눌 때 풍기면에서 오신 어르신이 한마디 하신다. "오는 길이 너무 힘들었는데, 수업을 들어서 너무 좋다"며, 다음 주에도 오시겠다는 말씀에 마음 한 켠이 무겁다.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의 ‘웰다잉 프로그램’이 이곳밖에 없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작하면서 웰다잉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정적 시각은 존재한다. 웰다잉, 'dying'이라는 부정적인 단어에 'well'이라는 긍정적인 단어를 붙여 놓아,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없는 현실에 ‘welldying'이란 단어를 비판하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웰다잉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삶과 죽음, 존재와 비존재, 희망과 절망 등의 상반되는 개념들을 다루며, ‘well’과 ‘dying’의 결합을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와 불가피한 죽음의 현실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철학적 태도를 탐구하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웰다잉교육은 죽음준비를 강조하는 수업이 아니라 ‘삶에 대한 따뜻한 위로’가 되어야 한다. 웰다잉 수업을 준비하는 분들이 좀 더 용기를 내어 보다 많은 장애인분들께 웰다잉 교육이 전달되기를 소망해 본다.

    댓글

    댓글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번호 제목 등록일 조회수
    공지 [탐방] 강릉 기쁨가득사회적협동조합을 다녀와서(사무국)    2025-02-04 77
    공지 [소감문] 성북점자도서관 구술자서전 '11개의 빛, 어둠을 걷다' 구술작가들의 고백(박현자 외)    2025-01-27 72
    82 위풍당당한 노년의 주도적 삶을 위한 돌봄 소원 배달학습 프로젝트(2024 보건복지부 노인복지 민간단체 지원사업)    2024-12-10 91
    81 [탐방] 창동어르신복지관을 찾아서(사무국)    2024-12-08 115
    80 아름다운 사연 30 - 강남동산교회를 방문하고(박정현 상담사)    2024-11-29 115
    79 [수강 후기] 12기 상담사교육을 마치고(조윤지 상담사) 2024-11-18 89
    78 웰다잉 문화확산 캠페인에 참여하고 왔습니다(사무국)    2024-11-05 88
    77 아름다운 사연 29 - 구술작가라는 낯선 이름(박현자 구술작가)    2024-10-06 109
    76 [탐방] 부산웰다잉문화연구소 오영진 소장과의 만남(사무국)    2024-10-03 141
    75 아름다운 사연 28 - "잘 죽는 법을 알지 못하면 잘 살 수 없다“(손정애 상담사)    2024-10-01 91
    74 아름다운 사연 27 - 품위 있는 죽음 및 죽음과 관련된 자기결정권 실현(신병희 상담사)    2024-08-09 122
    73 [탐방] (사)제주웰다잉문화연구소를 다녀와서(사무국)    2024-08-05 148
    72 [수강 후기] - ‘생의 찬미를 향한 가족자서전 쓰기' 강의를 듣고(1기 이선희 교육생) 2024-08-02 145
    71 아름다운 사연 26 - 성남 한마음복지관 점자도서관에서의 웰다잉수업(윤서희 강사) 2024-07-31 105
    70 아름다운 사연 25 - 어려움도 함께 나누는 상담사를 꿈꾸며(피정숙 상담사)    2024-06-21 125
    69 [탐방] 대구 아름다운 중·노년문화연구소를 다녀와서(사무국)    2024-06-03 139
    68 아름다운 사연 24 - 갓길로 들어설 용기(정은주 상담사)    2024-05-07 218
    67 홍양희 공동대표 - 국민일보 [내 인생의 나침반이 된 성경말씀] 기고(2024.4.27.)    2024-05-03 117
    66 [탐방] 인천 한국웰다잉교육문화연구원을 다녀와서(사무국)    2024-04-03 152
    65 아름다운 사연 23 - "웰다잉교육 들으러 풍기에서 오신 분"(윤서희 상담사/웰다잉교육 강사) 2024-04-03 108
    64 아름다운 사연 22 - 출장을 다녀와서(삶의 마무리)(이경만 상담사) 2024-03-23 122
    63 아름다운 사연 21 -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수업을 진행하며(윤서희 상담사/웰다잉교육 강사) 2024-03-02 139
    62 아름다운 사연 20 - 초보 상담사, 백세 어르신을 찾아 뵙다(이병갑 상담사) 2024-02-14 140
    61 [탐방] 이천 에덴낙원을 다녀와서(사무국)    2024-01-31 201
    60 아름다운 사연 19 - 인생은 선택[選擇]이런가(이기선 상담사) 2024-01-29 105
    59 동아일보 [마음의 눈으로 돌아본 내 인생] 도서전달식 심층 보도(조건희 기자/ 사실모 구술작가)    2023-12-30 129
    58 홍양희 공동대표 CBS뉴스 단독 인터뷰(2023. 12. 21.) 2023-12-22 112
    57 CBS TV 뉴스 구술자서전 출판기념회 보도(2023.12.11.) 2023-12-12 102
    56 이일학 사무총장 [KBS 9시 뉴스 “연명의료 안 받겠다” 2백만 명 넘었다 ](2023.12.10.) 출연    2023-12-11 117
    55 CBS 노컷뉴스 구술자서전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되다] 출판기념회 보도기사(2023.12.08.) 2023-12-10 126
    54 아름다운 사연 18 - 심명성 선생님 인터뷰(전효선 상담사/구술작가)    2023-12-09 116
    53 아름다운 사연 17 - 구술대상자와의 만남(박승원 상담사) 2023-12-09 101
    1 2 3

    상담신청

    교육문의

    e 뉴스레터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