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안녕하세요, 윤서희 강사입니다. 오늘도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는 인사를 하면서 나는 경쾌하고 활기차게 강의실 문을 열며, 어르신들과 안부를 묻는다.
도란도란 앉아 계신 어르신들.
나는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며 불편한 곳이 없는지 살핀다. '활기찬 노년을 위한 의미있는 채비'라는 주제로 ‘웰다잉 예술수업’을 하며,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찾아오는 것이 2021년부터 시작해서 벌써 4년째다.
오늘은 지난 주에 이어 두 번째 수업 시간, 아직 도착하지 않은 어르신이 계셔서 궁금하던 차에 강의실을 급히 여는 소리가 들린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이제, 오셨나 보네." 한 어르신이 말씀하신다.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소리에 민감하신 어르신들이다. 강의실이 열리는 소리에 모두 반갑게 인사한다.
"어서 오세요." 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늦게 온 어르신께서 한숨을 내쉬며, "큰마음 먹고 시작했는데, 마지막 수업까지 올 수 있을지 자신이 없네요."라고 하신다. 경북 영주시 풍기면에서 새벽에 일어나 준비하고, 풍기역에서 서울역까지 KTX타고,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까지 혼자서 오는 것은 시각장애인 어르신께는 모험과 같은 일이다.
경상북도 시각장애인복지관은 두 곳이 있으나 어르신이 사는 곳에서 가려면 서울보다 교통이 더 힘들다는 것과 해당 지역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웰다잉 프로그램’이 없어 새벽부터 일어나 역마다 전화를 걸어 ‘길 안내’를 부탁하는 수고를 하면서 출발한 지 3시간이 넘어서야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까지 겨우 도착할 수 있는 것이다.
정해진 수업시간으로 새벽부터 오시느라 고생했을 어르신에게 잠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는 수업을 시작한다. 오늘 수업의 시작은 책상을 두드리며 지금 느끼는 기분을 표현해보기로 했다. 책상을 두드리며 자신의 기분을 표현해 본 적이 처음인 분들이라 어색해하기도 하면서도 ‘툭탁 툭탁’, ‘툭탁탁 툭탁’, 각기 다른 소리를 낸다. 어색해하는 자신의 모습을 알아가며 받아드리는 것도 살아감의 일부라는 것을 말씀드리며 수업이 이어졌다.
슬픔과 미소가 교차한 수업, 마무리 인사를 나눌 때 풍기면에서 오신 어르신이 한마디 하신다. "오는 길이 너무 힘들었는데, 수업을 들어서 너무 좋다"며, 다음 주에도 오시겠다는 말씀에 마음 한 켠이 무겁다.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의 ‘웰다잉 프로그램’이 이곳밖에 없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작하면서 웰다잉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정적 시각은 존재한다. 웰다잉, 'dying'이라는 부정적인 단어에 'well'이라는 긍정적인 단어를 붙여 놓아,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없는 현실에 ‘welldying'이란 단어를 비판하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웰다잉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삶과 죽음, 존재와 비존재, 희망과 절망 등의 상반되는 개념들을 다루며, ‘well’과 ‘dying’의 결합을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와 불가피한 죽음의 현실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철학적 태도를 탐구하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웰다잉교육은 죽음준비를 강조하는 수업이 아니라 ‘삶에 대한 따뜻한 위로’가 되어야 한다. 웰다잉 수업을 준비하는 분들이 좀 더 용기를 내어 보다 많은 장애인분들께 웰다잉 교육이 전달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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