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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방] 부산웰다잉문화연구소 오영진 소장과의 만남(사무국)
    2024-10-03 13:26:18
    관리자
    조회수   142

    죽음은 운명이다

    이토록 강렬한 문장이 있을까요? 토요일 낮, 수많은 인파가 몰린 서울역, 그러나 드물게 한적한 카페에서 만난 부산웰다잉문화연구소 오영진 소장의 말에 한동안 할 말을 잃어버렸습니다. 가을 들녘 코스모스처럼 갸날픈 오 소장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은 한여름 뜨거운 태양처럼 제 마음을 파고 들었습니다.

    탐방기사를 살펴 보니 이천, 인천, 대구, 제주를 돌아 이제 부산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부산에 내려가지 않고 사정상 다른 일정으로 서울에 올라 온 오 소장을 서울역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만나기 전 홍양희 공동대표로부터 ‘똑 부러지는 분’이라는 언질을 미리 받았던 터라 약간의 호기심과 기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오영진 소장 관련 기사와 동영상을 미리 보고 왔기에 금방 오영진 소장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영상 속 모습보다 훨씬 더 섬세한 부드러움이 느껴졌습니다. 그런 그의 입에서 인터뷰 초반부터 “죽음은 운명이다”라는 선언(!)을 듣자 더 이상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난감해졌습니다.

    할머니의 죽음

    오 소장이 예닐곱 살 정도가 되었을 때입니다. 가난한 산골, 중풍으로 오랜 기간 누워 계셨던, 원래도 체구가 작았던 분이 더 작아진 할머니와 곰방대, 그리고 그 옆에 있었던 박하사탕을 오 소장은 기억합니다. 오 소장은 사금파리나 골목에 떨어진 감꽃 등으로 친구들과 소꿉놀이를 하다가 자주자주 할머니의 박하사탕을 얻어먹습니다. 아마도 할머니는 어린 손녀에게 그토록 귀한 박하사탕을 몰래몰래 쥐여주셨겠지요? 그런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어린 오 소장은 할머니의 죽음이 전혀 무섭지 않았습니다. 그는 어른들 틈을 파고들면서까지 할머니의 시신이 묶여 지는 모습, 입에 쌀을 떠 넣는 모습, 고무신을 벗어들고 땅을 치며 우는 고모의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무덥고 습한 여름날, 동네 어르신들이 들썩이는 상여 옆에서 “물 나온다 하면 물이 더 나온다더라”, “무겁다 하면 더 무거워진다더라. 쉿~” 하는 말을 들으면서 ‘정말로 시신이 듣는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말합니다. 알록달록한 꽃상여와 구성지고 애달픈 상여꾼의 가락 소리, 동네 어귀를 휘돌아 가던 펄럭이는 만장이 본인을 ‘죽음’이란 길로 이끌고 간 거 같다고요.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에도 그는 계속해서 각 지방의 상여소리, 가사와 가락들을 찾아보고 습관처럼 즐겨 들었답니다. 그는 “내 인생에서 웰다잉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오영진 소장.png

     

    세상에서 죽음만큼 좋은 교육은 없다

    오영진 소장은 종가집 외동아들과 결혼을 하면서 김해에서 살았습니다. 시누이 4명, 일 년에 제사만 열 번 드리는 그 종가집살이를 20년이나 하면서 뒤늦게 사회복지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가족의 역동관계에 주목하면서 대학원에서는 가족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는 특히 노년기 죽음에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대학원에서 열렸던 2008년 유 경 강사의 죽음준비교육 워크샵에 참석하면서 “아, 죽음을 가르쳐 주는 곳이 있구나!” 깨닫고 바로 2009년 각당복지재단의 웰다잉강사양성과정(3기)에 입문합니다. 여기에서 오 소장은 임사체험을 한 분들을 만났고, 그들의 생생한 경험을 통해 ‘세상에서 죽음만큼 좋은 공부가 없다’라는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교육과정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복지관 등에서 죽음준비교육 강의를 요청받게 됩니다. 그는 다시 말합니다. “죽음(교육)은 운명적이었다”, “이 일을 하는 게 너무 여러모로 잘 맞았다”고요.  

    이후 오영진 소장은 노후생애설계공부를 하던 시절 알게 된 분들과 ‘행복한 삶과 죽음 배움터’라는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매월 책을 읽고 발표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으며, 2011년 ‘당하는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으로’, ‘(사)한국골든에이지 포럼의 검소한 장례문화 전국 확산운동’에도 7년 이상 참여하는 등 지금까지 웰다잉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깊어지는 죽음 공부

    오 소장은 지금까지 ‘죽음’ 글자가 들어간 책을 수백 권 읽었다고 말합니다. 다른 것에는 거의 관심 둘 여유조차 없이 오로지 ‘죽음 공부’에만 몰두한 그는 읽을수록 깊이깊이 ‘죽음’에 빠져 들었습니다. 2013년에는 한림대에서 생사학 박사과정 1기로 입학, 죽음학 공부를 시작합니다. 김해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다시 춘천으로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왕복 11시간을 오가는 강행군이었지만 그는 지치지 않고 죽음학 공부에 몰두합니다. 오 소장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의 열정과 집념에 무한한 경외심과 감동이 밀려 왔습니다. 역시 죽음은 그에게 운명이었나 봅니다.

     

    홈피 탐방사진모음(최종 수정).png

     

    부산웰다잉문화연구소의 지향점

    오영진 소장은 2010년 ‘행복한 삶과 죽음 배움터’ 스터디를 시작으로 부산웰다잉문화연구소(이하 연구소)를 설립합니다. 2011년 ‘당하는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으로’ 전국 5대 권역 도시에서 열린 죽음세미나를 개최했을 때 오 소장은 직접 전단지를 만들고 발로 뛰면서 홍보를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300여 명 이상의 시민들이 부산일보 강당을 꽉 채웠습니다. 2012년부터는 웰다잉지도자과정을 개설해 본격적으로 강사교육을 시작하고 2013년부터 웰다잉기초과정과 심화과정을 분리하여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이 교육들을 바탕으로 2019년 부터는 웰다잉심리상담사, 웰다잉지도사, 웰다잉동화심리지도사 자격증과정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구소는 2018년부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이 되어 상담사 활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연구소는 웰다잉강사 양성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사업 외에도 부산광역시비영리민간단체지원금 사업(10년째)을 하고 있으며, 사별, 애도, 용서, 자서전 쓰기, 그림책 자서전, 검소한 장례문화, 생전 장례식 등의 교육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교육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천이 접목된 교육이 연구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초창기 죽음 강의가 유언장 쓰기, 사전장례·치매요양의향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하기 등 ‘제도적 변화’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앞으로는 내용이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잘 사는 것이 곧 잘 죽는 것이라면 마지막까지 품위있게 잘 살기를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잘 살아보지도 못했는데, 잘 죽자 라는 말은 너무 이상하고 어색한 게 아니냐는 말이었지요. 요즘 시대를 혼자 사는 시대, 셀프 부양시대라고 합니다. 국가, 사회, 법률, 제도가 개인의 모든 삶, 모든 죽음 준비를 다 해결해 줄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오늘날 죽음 강의에서는 1인 가구도 시대에 맞춰 ‘혼자 살아도 다른 사람과 관계를 잘 맺다 죽을 수 있도록, 또는 혼자 살아도 그 고독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그러한 죽음은 생각보다 그리 비참하고 슬픈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 ‘즉 자발적으로 고독을 선택하기’라는 인식의 전환을 갖도록 교육이나 상담 또는 기타 정서 지원 쪽의 관심을 배가시켜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공영장례에 대한 봉사를 하면서 더더욱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죽음을 배우러 왔습니다

    오영진 소장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좋은 강사를 양성하는 일입니다. 초고령화 사회를 코 앞에 두고 웰다잉교육 자격증이 넘쳐 나고 있는 요즘 오 소장의 ‘좋은 강사론’은 매우 의미있게 들렸습니다. 그는 웰다잉교육을 나갈 때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에게 “죽음을 알아요”가 아니라 “죽음을 배우러 왔다, 나이 듦을 배우러 왔다”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오영진 소장의 ‘좋은 강사론’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강사는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성(人性)이 곧 반(半)이다”라고 하며 인성의 중요성, 겸손함을 몇 번이나 강조하는 오 소장을 보면서 곧 자격증 과정을 통해 웰다잉강사를 양성하려는 사실모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느꼈습니다. 그에게 겸손은 철저한 준비, 공부를 뜻하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아직 경험하지 못한 죽음을 이야기하는 웰다잉강사에게 겸손은 더욱 중요한 것이겠지요? 

    그는 또한 강사(연구소)의 방향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강사(연구소)의 방향이 상대방을, 가족을, 지역사회를 달라지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그는 유언장을 쓰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쓰는 편지 시간을 먼저 가져, 그 글을 읽을 사람의 마음을 골고루 헤아려보도록 합니다. 그러고 난 다음 유언장을 작성하도록 하면 가족과의 용서, 화해가 보다 잘 이루어지고 재산의 분배에도 마음을 듬뿍 담는 것 같다고 합니다. 오랜 강사 경험을 통해 쌓아 온 오영진 소장만의 깊은 통찰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사실모와의 관계

    오영진 소장은 각당복지재단에서 강사양성교육을 받을 때부터 홍양희 공동대표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후 홍 대표가 사실모에 온 이후에도 계속해서 사실모와 함께 많은 일들을 해 왔습니다. 현재 오 소장은 구술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연구소는 2024년 보건복지부 제안사업에도 지역협력기관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렇게 예쁘게 물들어서 가볍게 떨어져야지

    어느 날 서울에서 새마을 열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오던 중 차창 밖으로 떨어지는 곱게 물든 낙엽을 바라보면서 오 소장은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웰다잉이란 마지막 숨 넘어가기 전까지 잘 사는 것”, “죽는 날까지 내게 하나라도 에너지가 남아있다면 다 소진하고 나도 저 낙엽처럼 훌훌 가볍게 떨어져야지”, “죽음 공부는 곧 내려놓는 공부” 등등 인터뷰 내내 관통하는 그의 메시지는 죽음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투사와 다름없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현재 연구소 소장으로, (사)한국노후생애설계전문가협회 고문으로, 부산가정법원 협의이혼전상담위원으로, 연제구 생활보장위원으로, 한국죽음교육협회 홍보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오 소장의 바쁜 발걸음은 아직 예쁘게 물들고 있는 과정에 있는 거 같습니다. 그는 이렇게 마무리하면서 인터뷰를 끝냈습니다.

    “항상 모른다는 자세를 갖고 겸손하게 그 길을 뚜벅뚜벅 갈 뿐입니다.” 

    오영진 소장님, 낙엽이 예쁘게 물드는 때 부산에 내려가겠습니다. 열심히 배우고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제공 : 부산웰다잉문화연구소)

     

    부산웰다잉문화연구소

    https://busanwelldying.modoo.at/

    https://cafe.daum.net/busan-well-dying

    ☎ 051-322-7701    mail 8381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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