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4월 첫 날, 한국웰다잉교육문화연구원을 방문하다
4월 1일, 오전 10시 약속에 늦지 않기 위해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어야 했습니다. 집에서 인천까지 대략 1시간 30분, 택시와 공항철도, 인천2호선을 이용해야 하는 다소 번잡한 경로를 거쳐야 했지만 마음은 마치 봄소풍을 가는 듯 가벼웠습니다. 가는 길 전철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보니 ‘이제 봄이요!’ 하며 노골적으로 연분홍, 연노랑, 연초록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연한’ 색상을 뿌려내는 초봄, 4월이 참 좋습니다.
드디어 한국웰다잉교육문화연구원에 도착했습니다. 한국웰다잉교육문화연구원 외에 한국민들레도서관 간판이 함께 있는 것을 보니 이곳은 여러가지 일을 하는 게 틀림없습니다. 사무실 문을 열자 수 많은 책들이 저를 압도했습니다. 강춘근 원장이 환한 미소로 저를 맞이합니다. 잠시 후 진재근 사무국장이 도착,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웰다잉문화교육연구원의 시작과 세 가지 관심사
한국웰다잉교육문화연구원은 2008년 재가장기요양기관인 한국노인복지센터로부터 시작했습니다. 어르신들에게 재가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역주민에게 한국인의 전통 ‘효’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협력기관인 <한국웰다잉문화연구원>을 개원한 것이 2010년입니다. 이후 2015년 <한국웰다잉교육문화연구원>으로 명칭 변경을 하고 본격적인 웰다잉 교육, 문화활동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웰다잉교육문화연구원 강춘근 원장의 관심사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노인죽음준비교육’입니다. 개신교 목사인 강 원장은 1991년 11월말 경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의 출범 기념 강연회의 빛바랜 낡은 포스터가 서울신학대학원 게시판에 게첩된 것을 보고 목회자의 길을 걷는 사람으로서 ‘죽음’ 주제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때부터 죽음 관련 책을 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10여년의 세월이 지난 2003년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면서 목회자로서 죽음 문제에 보다 천착하면서 본격적으로 죽음준비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둘째, ‘교회의 사회복지선교’입니다. 강 원장은 교회를 예배 장소로만 제한하지 않고 교인들과 지역주민이 이용하는 도서관으로 만들었습니다. 바로 한국민들레도서관입니다. 교회의 사회적 역할에 주목하고 있는 그가 죽음교육의 사회성에 관심을 두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여겨졌습니다.
셋째, ‘노인에 대한 관심’입니다. 그는 2000년 우리나라가 노인인구 7.2%의 고령화 사회가 시작될 때부터 노인을 더 이상 의존적 존재가 아닌 잠재적 자원으로 생각하고 “잠자는 노인을 깨워라”라며 노인의 역량을 깨워가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활동해 왔습니다.
다양한 웰다잉교육,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
한국웰다잉교육문화연구원이 운영하는 주요 프로그램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행복한 삶과 죽음 배움터’(행복한 3 & 4 배움터) 평생학습 동아리입니다. 인천 서구 사회적경제마을지원센터 지원사업이기도 한 이 프로그램은 인천 서구 내 웰빙, 웰다잉, 웰에이징에 관심있는 이들이 정기적인 만남과 학습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삶과 죽음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합니다. 그리고 찾아가는 웰다잉 교육도 진행합니다. 사실모 상담사인 회원들은 경로당이나 노인문화센터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과 등록, 연명의료결정제도 등 죽음교육을 합니다.
둘째, 웰다잉 영화제와 웰다잉 도서전시회입니다.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웰다잉 영화제는 매월 첫 번째 금요일에 열립니다. 또한 인천서구작은도서관협의회 창립 기념 행사 및 강화도 난정평화교육원의 행사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평생학습 축제나 마을공동체 행사가 있으면 웰다잉 도서전시회를 열기도 합니다.
셋째, 웰다잉포럼/웰다잉아카데미입니다. 2일(16시간) 동안 연구원과 외부강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리는 웰다잉포럼/웰다잉 아카데미는 웰다잉강사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넷째, 독서기행 및 역사문화탐방입니다. 웰다잉 연구원 소속 회원과 독서모임 회원, 그리고 지역주민들 중 도서관 이용자들이 독서기행 및 역사문화탐방을 하며 회원간의 교제와 정보교류 등을 합니다. 작년에는 강화 동검도 365예술극장에서 갯벌 위에 펼쳐진 낙조의 풍광을 감상하며 웰다잉과 웰에이징에 대한 깊은 성찰과 체험의 기회를 가졌습니다.
다섯째, 웰다잉 독서모임 및 연구모임입니다. 웰다잉강사의 역량 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독서모임은 7~8명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죽음의 심리학』(권석만 저)으로 온라인 또는 연구원 강의실에서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웰다잉교육문화연구원의 강점 – 타 기관과의 차별점
강춘근 원장과 진재근 사무국장은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첫째, 웰다잉 도서 전국 최고의 장서 자랑
둘째, 지역사회와의 연대, 협력, 참여에 적극적(웰다잉 도서전시회/ 웰다잉 영화제 등)
셋째, 한국민들레도서관 사업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 제공
넷째, 한국교회 자원 연계(재정 지원)
다섯째, 개인적 죽음에서 사회적 죽음으로의 관심 확대
여섯째, 웰다잉 강사 역량 강화에 초점을 둔 독서력 강화, 글쓰기, 자서전 쓰기
사실모와의 협력
한국웰다잉교육문화연구원과 사실모의 관계에 대해 강 원장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합니다. 홍양희 공동대표와의 오랜 인연 뿐 만 아니라 사실모의 전문상담사 양성교육을 이수한 상담사들이 찾아가는 상담을 하고 있으며, 소원노트를 활용한 웰다잉교육도 진행했습니다. 2024년에는 사실모의 보건복지부 제안 사업인 ‘위풍당당한 노년을 위한 ’돌봄 소원‘ 배달학습 프로젝트’의 지역협력기관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비전
두 시간 정도 진행된 인터뷰에도 불구하고 강춘근 원장과 진재근 사무국장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습니다. 두 분은 강사역량을 키워 포럼을 만들어 지역사회의 현안들을 다루고 싶다는 비전을 갖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고독사 문제를 다루면서 지역사회의 할 일도 모색해 보고 노인일자리 문제도 해결하는 방안도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연구원을 통해 한국 사회가 개인 죽음을 넘어 사회적 죽음에 대한 성찰도 갖게 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으로의 발전과 한국죽음교육협회 인천지부로서 웰다잉 교육의 모범적인 역할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엔딩코디’와 ‘당죽맞죽’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진재근 사무국장은 마지막으로 ‘엔딩코디’라는 단어로 자신의 역할을 표현합니다. 그는 또한 앞으로 돌봄의 어려움이 생기고 세대 간의 갈등이 일어나는 날이 멀지 않아 오기 때문에 “내 일은 내가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죽음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강춘근 원장은 “한국웰다잉교육문화연구원이 ‘당당하게 늙고 죽어가는 것’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말하며 ‘당죽맞죽’ 한 마디로 이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한국웰다잉교육문화연구원의 슬로건도 사실모와 마찬가지로 ‘당하는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입니다). 강춘근 원장과 진재근 사무국장의 웰다잉에 대한 열정과 의지에 압도당한 두 시간이었습니다. 두 분, 정말 감사합니다.
오는 길, 생각해 보니 4월 1일은 만우절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이날만 되면 모든 매체에서 홍콩 영화배우 故 장국영의 죽음을 일깨웁니다. 우울, 절망, 자살, 상실 등 단어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보문역으로 가는 6호선 지하철 안에서 두 분과의 만남을 되살려 봅니다. 조금씩 준비, 의지, 당당, 삶 등의 단어들이 떠오릅니다. “당죽맞죽!” 사실모 사무실로 들어가는 제 발걸음이 무척 가벼워졌습니다. (사진 제공 : 한국웰다잉교육문화연구원)
한국웰다잉교육문화연구원
032-567-9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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