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초보 상담사, 백세 어르신을 찾아 뵙다
저는 2020년 6월 사단법인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에서 실시한 교육과정과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에서 시행한 등록대상 종사자 기본교육을 이수하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상담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9월부터 사단법인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 홍양희 회장님의 권유도 있고 해서, 처음에는 교회 등에서 단체로 등록하는 일에 몇 번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상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과 소통을 하기 좋아하는 성격 탓인지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하시고 기뻐하시거나, 속이 다 후련하다는 말씀과 함께 참 좋은 일을 한다는 칭찬도 자주 듣게 되니 기분도 좋았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월요일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사무실에서 찾아오는 어르신들과 젊은 사람들을 상담하고 등록하면서 보람되기도 하고 즐겁게 봉사해 왔습니다.
지난해 12월 말 홍양희 회장님께서 “상도동에 백세 어르신이 계시는데 출장상담이 가능하느냐”고 하셔서 “가능하다”라고 했더니 주소와 연락처를 보내 주셨습니다.
저의 돌아가신 부모님보다 더 오래 사시고, 일제 강점기의 혹독한 시절과 6.25 전쟁 등을 겪으며 고난의 세월을 살아오신 백세 어르신을 직접 뵙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상담을 한다니 설레임 반 기대도 되었습니다.
연락해주신 아드님과 통화해 출장 방문일정을 잡고 상도동 성대로6번길을 찾아가 집에 도착해보니, 백세 어르신은 거실 침대에 누워 계시고 아드님과 며느님께서 친절히 반겨주셨습니다.
어르신의 옆에서 상담일지도 쓰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하는데 생년월일은 1924년 4월 3일, 정말 백세를 살아오셨는데도 의식도 또렷하시어 등록하는 데 문제는 없었습니다.
아드님 부부와 커피 한잔을 하면서 어려우신 일은 없느냐고 하니까 아드님 자신도 83세라고 하시면서, 어머님께서 열일곱 살에 시집오셔서 열여덟살에 본인을 낳으셔서 아버지와 17년 밖에 나이 차가 나지 않고, 그러나 나이가 들어 건강도 좋지 않아 힘드시다고 하셨습니다.
며느님도 건강이 좋지 않고 아드님도 연세가 많으시고 건강도 좋지 않으니 얼마나 힘드시냐고 하면서, 노인요양보험 등급을 받아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으시지 그려셨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그렇잖아도 노인요양보험 혜택을 받아보려고 건강보험공단에 신청을 해 심사위원들이 방문했지만 어머니께서 의식이 또렷하시고 부양가족이 있어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어 이 어르신네와 같이 노인이 노인을 부양하는 현실이 되었는 데도 노인요양보험 등급을 받는 기준이 현실과 부합하지 않게 너무 엄격하게 심사하거나 너무 경직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나 싶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노인요양보험 기준은 1등급부터 5등급까지 나누어 1등급과 2등급은 시설요양이 가능하고, 3등급부터는 일상생활이나 신체활동지원, 정서활동지원 등이 상당부분 또는 일정부분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개호복지라는 개념으로 될 수 있으면 어르신들이 집에서 거주하면서 개호보호사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집으로 방문해 신체개호와 생활보호, 멘탈케어를 함으로써 정서적인 안정을 가질 수 있도록 어르신들을 보살피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일본에서처럼 어르신들의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요양보호사를 통한 일상생활이나 신체지원 등을 강화하여 자녀들의 간병 부담도 줄이고, 정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안정적인 노후를 누릴 수 있도록 좀 더 제도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사례처럼 직접 가정을 방문해 어르신들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상담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휠체어를 사용한다든지 신체활동이 어려운 어르신들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출장 등록도 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이에 대한 지원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출장 상담을 하면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성대시장의 정겨운 전통시장 풍경 등을 보고 사람 사는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출장 상담의 묘미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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